말이 너무너무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꼭, 더 다양하고 많은 말을 하게 된다. 하루종일 쏟아지는 질문에 헤이카카오처럼 대답하고 나면 점심시간이라도 혼자 있고 싶지만… 어림없다. 심지어 좋아하지 않는 메뉴가 고생한 내 입안에 들어간다. 불쌍한 내 입…
어디 입만 불쌍한가? 귀는 더 고생한다. 쏟아지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 쓸데없는 다른 소음도 귀에 들어온다. 까마귀 우는 소리, 정수기 얼음 만드는 소리 등등…
어쩌면 전시장으로 도망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것만 보며 말없이 조용히 다닐 수 있고, 쓸데없는 소리도 안 들리고, 혹시 들리면 도슨트나 음악을 들으면 된다. 내 안에 진공을 더 채우고 나면 그제야 고갈된 에너지가 한 칸씩 올라간다.
하지만 마일리지 쌓듯이 소중히 적립한 에너지를 오늘도 한방에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