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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IND WORKS Sep 24. 2024

Reelay Review 08 : 아무도 모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무도 모른다] 사운드트랙

Reelay Review 08

NOBODY KNOWS

아무도 모른다

릴-레이 리뷰 여덟 번째 영화는 [괴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 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아무도 모른다]입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 일본에서 발생한 '니시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어머니가 자신의 네 자녀를 도쿄의 아파트에 버려두고 떠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9개월 동안 방치되어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가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고, 결국 이들 중 한 명이 사망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매체에서는 어머니의 무책임함과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만을 자극적으로 강조하며 이 사건을 하나의 지옥처럼 표현하기 바빴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해당 사건을 남매간의 감정 교류와 관계, 성장의 과정과 희망의 관점에서 영화로 재구성했습니다.

영화[아무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연출과 함께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내며 아이들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연출하며 연기를 지도할 때, 각본을 주지 않고 상황에 따라 대사를 바로바로 느껴지는 감정에 따라서 표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런 연출 방식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려주고,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 다운 관조적인 카메라워크는 우리가 마치 주인공들과 같은 공간에 존재하며 함께 성장하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줍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고독과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하며,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함께 조명합니다. 영화는 극적인 사건 없이 잔잔하게 전개되지만, 그 안에 담긴 아이들의 감정과 삶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순수를 잃어가는 과정에서의 성장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항상 함께 했던 어떤 것의 부재가 선명해질 때, 그 과정은 갑작스러울 수도, 점층적으로 일상에 스며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타의적 이별로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이별이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다소 고통스럽고 힘이 듭니다. 물론 이 부재를 빨리 다른 것으로 채워낼 수만 있다면 조금은 수월하게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거나, 버림을 받았다는 기분이 드는 이별을 했을 때는 그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대개 이런 상황에서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를 가리기 시작합니다. 이별의 이유를 제공한 사람,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사람 등, 스스로 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를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곤 합니다.

반면 영화에서는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가 무책임한 인물로 그려지기는 해도 온전히 '나쁜 사람'으로 단정 짓지 않습니다. 아이들 역시 어머니의 부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합니다.

어른의 부재는 아이들을 빨리 철들게 합니다. '철들었다'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 시기가 너무 이르면 몰라도 되는 것들에 대해 너무 빨리 알게 되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냉소적으로 변하며 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철이 든다는 것은 결국 순수를 잃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울적해지는 것은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그리움과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차마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흘러가버린 과거의 성장과정을 돌려보는 듯한 느낌을 받고, 그 과정을 지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결국 현재 나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Noboby Knows Cassette Tape

아무도 모른다 사운드트랙 카세트테이프

Nobody Knows Unofficial Soundtrack

아무도 모른다 카세트테이프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사운드트랙은 일본의 어쿠스틱 기타 듀오 GONTITI가 담당했습니다.

GONTITI는 일본의 두 명의 기타리스트, Gonzales Mikami와 Titi Matsumura로 구성된 어쿠스틱 기타 듀오입니다. 1978년에 결성된 이 그룹은 주로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어쿠스틱 음악을 연주하며, 그들의 독특한 사운드로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GONTITI는 이후 [걸어도 걸어도]라는 영화를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다시 한번 협업합니다.

GONTITI

[아무도 모른다] 사운드트랙은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집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과장된 음악보다 어쿠스틱 기타를 기반으로 한 절제된 선율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일상적인 순간을 따뜻하게 채워냅니다. 영화 속 음악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일상의 단편을 담는 역할을 하며 관객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삶에 동화되도록 돕습니다. 감정의 과잉 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은 영화의 담담한 톤을 유지하면서, 감정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Track List]


1. Daremo Shiranai / 誰も知らない (Extra Ver.)

2. Himitsu / ひみつ

3. Ensoku / えんそく

4. Yakusoku / やくそく

5. Daremo Shiranai / 誰も知らない (Toy Piano Ver.)


사운드트랙은 일본에서 CD형태의 음반으로만 발매되었고, 음원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music.apple.com/kr/playlist/nobody-knows-tape/pl.u-KVXBBkvuvr2lLN?l=en

아무도 모른다 사운드트랙

사운드트랙 앨범 커버 이미지는 영화의 주인공이자 네 남매 중 첫째 '아키라'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사용되었습니다. '아키라'를 연기한 배우 '야기라 유야'는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캐스팅 당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오디션 없이 '야기라 유야' 배우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 보고 주인공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종종 배우의 얼굴은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와 감정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사운드트랙 커버 속 과감한 이미지 사용이 납득이 되는 부분입니다.

이후 디즈니 플러스의 [간니발]이라는 일본 시리즈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한 성인이 된 '야기라 유야'의 모습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Cassette Tape

아무도 모른다 카세트테이프

커버는 일본에서 발매된 오리지널 음반을 참고해 리사이징 했고, 테이프는 음반에 수록된 곡이 5곡밖에 되지 않아 한쪽 면만 사용해 작업했습니다.


J-Card

아무도 모른다 카세트테이프
아무도 모른다 카세트테이프

J카드는 기존 음반의 레이아웃을 유지하며 영화에서 느껴지는 담담한 시선과 GONTITI의 음악이 지닌 간결한 분위기를 여백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뒷면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GONTITI 멤버들의 사운드트랙 리뷰를 영화의 스틸컷과 함께 배치했습니다.



[아무도 모른다] 속 남겨진 아이들은 마치 처음엔 좋았지만 이제는 질리거나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방치된 낡은 물건들 같고, 아이들을 떠난 어머니는 과거의 것을 등지고 계속해서 새로운 환경 속에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

과거는 곧 작은 역사입니다. 이 작은 역사들이 쌓여 지금의 현재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과거로부터 벗어나려 할 때, 그것은 과거의 시간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하에 이루어지는 일종의 폐기 일 것입니다. 과거는 방치하면 잊혀지고, 순수했던 과거의 시간도 결국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어 폐기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삶에서 과거로부터 비롯된 어떤 것이 고장이 나면, 그것을 고치기 위해 뒤늦게 과거를 들춰보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도 빠르게 지나가는 과거의 시간들을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하고, 단순한 추억 회상이나 과거의 답습을 위한 기록이 아닌 과거의 것을 다듬어 발전시키거나 과거의 순수했던 영향력을 원동력으로 삼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기록을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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