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승인 돼도 국내에선 거래도 불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신청한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그럼 미국에서 최초의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되는 것이다. 업계에서 보는 승인 가능성은 반반인 가운데, 이더리움 현물 ETF가 출시돼도 국내에서는 거래나 관련 ETF 출시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에 따르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21 셰어스와 협력해 반에크 및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요청하는 4개의 19b-4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21일(현지시간)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더리움 선물 ETF에 대한 사전 지침을 참고해 9개 발행사에게 이더리움 일일 가격을 추적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19b-4는 증권거래소와 협회가 금융 시장의 새로운 규칙이나 변경을 제안할 때 사용하는 양식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열린 논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한다. 19b-4 승인은 증권 신고서인 SEC 양식 S-1 승인을 받기 전 예비 단계다. 기업이 상장 전에 재무건전성, 수익성, 안정성 등을 평가받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인 S-1이 승인을 받아야 이더리움 ETF가 뉴욕증권거래소 등 주요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다.
SEC가 반에크의 19b-4 승인을 앞두고 여러 거래소 및 발행사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했다는 소식에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올 1월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전에도 SEC가 발행사들과 이같은 적극적인 협업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가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SEC가 이더리움 ETF 19b-4 수정안을 수요일 오전 10시까지 제출하라고 한 소식을 들었다.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을 25%에서 75%로 올린다"고 발언하며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지난 22일 기준 이더리움은 일주일동안 26.12% 증가하며 가상 많이 상승한 가상자산 5위를 차지했다.
한편,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비트코인은 채굴에 기반하는 상품으로서 금이나 은과 같은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간주하여 증권성 논란에서 벗어났지만 이더리움은 SEC가 대부분 가상자산을 미등록 증권으로 분류하는 입장으로 인해 거래가 불법행위가 되기 때문에 현물 ETF 승인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SEC는 이더리움이 직접적으로 증권이라고 명시한 적은 없으나 이더리움이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지분증명으로 전환한 이후 증권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다. 코인베이스 이더리움 스테이킹 서비스에도 증권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테이킹은 SEC가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볼 수 있는 핵심 사유로 알려졌다.
스테이킹은 이더리움을 담보로 예치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스테이킹을 포함한 이더리움 ETF에서는 단순히 이더리움 일일 가격만 추총하는 ETF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스테이킹이 문제가 되자 피델리티는 21일(현지시간) SEC에 추가로 제출한 이더리움 현물 ETF S-1 신청서에서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킹 프로토콜인 리도 투자 계획을 삭제했다. 리도 스테이킹 연간 수익률은 약 3%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스테이킹을 배제한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가 불분명한 미국과 달리 홍콩은 지난 4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허용했다. 이에 6개 ETF가 출시돼 거래 중이다. 특히 홍콩은 세계 최초로 이더리움 현물 ETF를 출시했다. 홍콩 정부는 이더리움에 대해 증권이 아니지만 감독 대상에 포함된 비증권 가상자산이며 개인투자자 투자가 가능한 대상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미국의 이더리움 증권성 결정 여부가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의 독립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콩은 코로나19 팬데믹 및 2020년 홍콩 보안법의 시행과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홍콩의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약화되자 이를 회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2022년 가상자산 시장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는 홍콩의 적격투자자,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에게만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고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거래가 금지된 상태지만 홍콩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은 중국이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회복하는 노력에 한 걸음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가 출시돼도 국내서는 거래가 불가하다.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에 해당되지 않아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가 불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는 물론 홍콩에서 출시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도 불가능하다. 키움증권 등 다양한 증권사들이 미국과 홍콩서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 당시 거래 불가 공지를 올렸다.
국내서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나 거래가 어려울 전망이다.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로 인한 리스크가 더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신호로써 투자 안정성을 강화했다는데 의의가 있으나 발생 가능한 위험 요인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상자산 현물 ETF의 출시로 가상자산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으나 가격 변동성 및 추가적인 금융, 경제적 위험 요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