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도리 Oct 30. 2024

때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스스로 장점을 하나 꼽자면 '성실함'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뭐 하나를 시작하면 오래도록 지속하는 건 참 잘해왔다.


제대하면서 시작했던 운동은 지금까지 매주 3회 이상 하고있고,(그렇다고 몸이 좋진 않다..생존운동ㅎㅎ) 자취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고 일어나면 청소기부터 돌린다.


단, 오래도록 지속가능한 일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일이 마땅히 해야만 하는, 스스로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운동은 태생적으로 마른 몸의 건강을 위해, 청소는 쾌적하고 기분 좋은 환경을 위해, 이런 식의 충분한 이유만 있다면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지속한다는 건 나에겐 꽤나 자신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요즘 지속하고 있는 '일'들은 어떤가.

카페 일부터 프리랜서 일, SNS 계정관리, 그리고 최근에는 감사하게도 평소 관심 있던 회사에서 에디터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


성실함이 무기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모든 일들을 다 경험하고 지속하고 싶었다. 그러나 최근에 한 가지 변수가 더 생겼다. 바로 결혼준비. 여자친구와 드디어 내년을 목표로 결혼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결심만 하면 준비는 딱히 어려울 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참으로 안일한 생각이었고 홀 투어와 계약부터 플래너 결정, 스드메 투어와 일정 조율까지 '와..그냥 바로 혼인신고만 하면 안 되나?' 하는 어림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정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물론 나보다 여자친구가 훨씬 신경 쓸 일이 많지만, 말하고 싶은 요지는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실 '결혼준비'는 핑계대기 좋은 하나의 구실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걸 한 번에 쥐고 있으려고 했던 건 아닌지 생각을 돌아보게 된다. 매일 5가지 일에 신경을 쓰려니 어느 순간 피로감이 몰려왔다.


생각을 정리하고자 책상 앞에 앉았다. F인 나로서는 최대한의 이성을 발휘하여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진단을 내렸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어서 하고 있는지, 익숙한 일이 되어버려서 큰 의미 없이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앞으로 더 오래도록 집중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일기장에 글을 쓰며 정리해 갔다.




고민 끝에 카페 일을 정리했다.

여전히 카페를 참 좋아하지만, '과연 나는 이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 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면 답은 명확했다.


어느 순간 카페에서 일하는 행위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퇴사한 나로서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콘텐츠'를 향하고 있다. SNS계정을 운영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며 자연스레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흥미를 키워가고 있고, 이번에 시작한 에디터 일을 경험하며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하고 싶은 일'을 할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시로 고민하게 된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이 나에게는 그렇다.(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쓰진 못했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또한 나에게는 그렇다.)




퇴사를 하고 보내는 이 시간을 나는 '장독대에 물을 붓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열심히 물을 붓는 장독대가 얼마나 깊은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얼마나 물을 더 부어야 차오르는 모습을 보게 될지 더더욱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매일 여러 개의 장독대에 물을 차곡차곡 붓는다. 깊이가 달라 채워야 하는 물의 양도 다르고, 어떤 장독대는 밑동이 깨져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분야에 물을 부어보자.




최근에 깊이 공감되는 문구를 발견했다.


'헤맨 만큼 내 땅이다'


퇴사 후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삶의 영토에서 나의 땅을 넓혀주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넓은 땅을 경험하고 가장 양지바른 곳에 멋진 집을 짓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 별종이다 별종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