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큐베이터에 붙어있는 엄마의 편지
내가 일하고 있는 신생아중환자실은 일주일에 딱 한 번 보호자 면회가 가능하다.
정해진 시간은 고작 30분.
이 짧은 시간 동안만 부모님들께서 중환자실에 들어와 아기를 볼 수 있다.
면회를 온 부모님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조용히 들어오셔서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기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분도 있고, 다정한 말투로 태명을 부르며 아기에게 말을 거는 분도 계시다.
“OO아~ 엄마 왔어~ 눈 좀 떠봐.”, “OO아~ 잘 있었어? 아이고 우리 OO이 예쁘다~”, “OO아 사랑해. 너무 잘하고 있어~”
이렇게 자신의 아이에게 따뜻한 말을 전하는 부모님들을 볼 때면 담당간호사인 나는 찰나의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내가 간호하는 아기들 한 명 한 명이 이렇게나 소중한 존재였지, 나도 우리 부모님께 이렇게 소중한 존재였겠구나, 아이들을 더 잘 간호해 줘야겠다.’하며 말이다.
아기를 낳은 후 처음 아기를 보거나 아기의 건강상태가 악화된 모습을 본 부모님들께서는 눈물을 많이 흘리신다.
그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울고 계신 부모님들을 보면 나도 마음 깊숙이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와 몰래 눈물을 훔칠 때가 많다. 위로의 말을 직접 전할 순 없지만 멀리서나마 함께 흘리는 눈물로 위로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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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의 면회시간은 생각보다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보호자분들께서 아기를 보고 있으면 담당의사 선생님이 아기 상태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신다. 그리고 담당간호사가 수유량, 체중, 특이사항에 대해 보호자분들의 질문에 답을 해드리고 나면 어느새 면회시간이 종료된다.
그렇게 면회시간이 끝나고 부모님들이 모두 나가시면 북적북적하던 중환자실은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오고 가던 수많은 대화소리와 아기를 향한 엄마, 아빠의 따뜻한 부름이 없어진 그 공간은 대신 수많은 모니터 알람소리와 각종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채워진다.
하지만 여전히 아기 주변을 맴돌며 따스함을 풍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건 바로 면회시간 전에는 없었던 인큐베이터에 붙은 한 장의 종이이다.
그 작은 종이에는 이런 말들이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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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더욱 건강해질 우리 OO아.
엄마가 더 오래 뱃속에 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예상보다 일찍 세상에 나와서 널 아프게 한 것 같아.
엄마가 안아주고 싶고 우유도 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해.
얼른 나아서 집에 가면 엄마가 못안아준만큼 많이 안아줄게.
사랑해 우리 OO~ 너무너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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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OO아~
지금은 여름이란다. 무척 덥고 습하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지만
그래도 아빠는 OO 이를 생각하면 더운 날씨도 덥게 안 느껴지네.
오늘도 씩씩하게 잘하고 있는 OO아.
조금만 더 힘내줘. 아빠가 응원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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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아, 엄마야.
지난주에는 엄마랑 수유연습도 하고 웃는 모습도 보여줘서 엄마 너무 행복했어.
우리 OO이 너무 고마워.
엄마랑 아빠랑 누나가 OO이 집에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건강하게 나아서 엄마품으로 와줘. 기다릴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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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큐베이터에 붙어있는 엄마, 아빠의 편지는 아기를 지키고 있는 수호천사 같다.
비록 옆에 있어줄 수는 없지만 그 편지를 통해 마치 ‘엄마 여기 있어.’, ‘걱정 마, 아빠가 지켜줄게.’하며 말을 걸고 있는 것 같다.
한 장 두 장 붙어있는 편지들을 읽으며 나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매일 봐도 보고 싶고 눈앞에 있어도 보고 싶은 아기를 또다시 일주일 동안 기다려야 하는 부모님의 마음,
곁을 지켜줄 수 없어서 작은 종이 한 장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수호천사처럼 남겨둔 엄마아빠의 사랑.
그건 얼마나 위대한 걸까?
오늘도 간호사인 나는 무뎌져 가던 나의 마음을 돌아본다. 내가 간호하는 한 명의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한다.
그리고 편지에 적힌 응원한 줄에 한 번 더 응원하고, 편지에 적힌 간절한 한마디에 한 번 더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다.
‘아가야, 엄마아빠가 응원하는 만큼, 우리가 기도하는 만큼 딱 그만큼만, 조금만 더 힘을 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