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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그네스 Apr 13. 2024

콘텐츠 마케팅 vs 퍼포먼스 마케팅

어떤 게 나랑 더 잘 맞을까?

이 글은 마케팅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현직 마케터보다는 마케팅에 입문하고자 하는 초보자나 대학생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마케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들어봤을 콘텐츠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


어쨌든 결과적으로 마케팅인데 비슷하지 않을까? 뭐 특별히 나한테 안 맞을 게 있을까?


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둘은 완전히 다르다. 과정은 전혀 다르지만 단지 '판매'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마케팅이라는 동일한 이름이 붙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둘은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게 더 나에게 잘 맞을까?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각각의 마케팅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겠다. 먼저 콘텐츠 마케팅은 마케팅 행위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품 홍보를 위한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영상과 같이 말이다. 콘텐츠 마케팅의 특징은 단박에 성과를 볼 수 없어서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마케팅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가 의류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해보자. 그럼 고객이 어떠한 루트를 통해 우리의 쇼핑몰 페이지로 접속을 했으며, 어떠한 과정으로 실질적인 구매까지 하게 되는지를 파악한다. 순조롭게 구매 단계까지 가다가 결제 페이지에서 이탈률이 올라간다면 결제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또 어떤 루트를 통해 우리 쇼핑몰에 들어왔는지 데이터를 분석하게 되면 어떤 채널의 홍보를 강화해야 할지도 의사결정을 할 수가 있다. 예산이나 시간이 부족한 기업의 경우는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더 선호한다.


여기까지 들어보니 퍼포먼스 마케팅이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드나?


그건 그 일을 제삼자의 입장에서만 보고 나에게 대입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례로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신약개발연구원이 너무 되고 싶어서 화학을 못하는 나의 역량은 신경을 쓰지도 않고 화학과에 들어갔다가 결국 학교를 자퇴했다.


그만큼 각 마케팅에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그리고 내가 그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일단 콘텐츠 마케팅의 경우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콘텐츠 마케팅은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퍼포먼스 마케팅 보다도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코인을 모르는데 코인을 알리기 위한 콘텐츠를 무슨 수로 만들겠는가? 그래서 내가 기존에 관심이 많던 분야에서 일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수월하다.


또 글이면 글, 영상이면 영상, 이미지면 이미지 등 내가 제작해야 하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와 센스도 필요하다. 글을 하나 쓸 때 몇 날 며칠이 걸리면 (결과물은 좋다는 가정하에) 마케터보다는 칼럼니스트가 잘 맞을 수도 있다. 상업 콘텐츠에서는 시간도 능력이다. 하나의 콘텐츠로 대박이 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개인 크리에이터가 아닌 이상 회사 콘텐츠에 과도한 시간을 써가면서 하기엔 나도 회사도 많이 힘들어질 수가 있다. 한 번 올리고 말 게 아니니까.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실제 사례를 조사해서 벤치마킹 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특히 제작자가 잘 모르는 분야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벤치마킹 하는 콘텐츠는 지금 아주 빠른 속도로 AI에 대체되고 있다. 기존의 작업물을 학습하여 비슷한 듯 아닌듯한 콘텐츠를 생각해 내는 것이 AI라면 인간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이해를 바탕으로 콘텐츠에 인사이트를 담아야 한다. 숫자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이 더 빠르게 기계로 대체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할지는 여러 외부 요인과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다. 반면 콘텐츠의 경우는 이미 수없이 많은 학습 자료가 온라인에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이와 비슷한 것을 생산해 내면 되는 것이라 훨씬 더 대체되기 쉬웠다. (물론 아직까지 윤리적인 문제 등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콘텐츠 마케팅을 하려면 영감을 받아 나만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콘텐츠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퍼포먼스 마케터에게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평소에 우리가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아주 조금이나마 콘텐츠 마케팅과는 친근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퍼포먼스 마케팅은 그런 부분조차 전혀 없다.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클릭하는 사람이 아니라 클릭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해진 예산으로 광고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데이터를 보면서 어떤 지표가 우리에게 유의미할지 생각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그럼 전공이 중요한가? 4년 동안 데이터를 보고 분석한 통계학과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타전공에 비해서 데이터 분석에 아주 익숙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적으로 접근해 본 적은 없었어서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데이터 범위 자체가 통계학에서 다루는 빅데이터보다 마케팅 데이터가 훨씬 좁고, 그렇다 보니 실제로 원하는 데이터를 코딩으로 직접 뽑아내야 하는 빅데이터 분석과는 달리 마케팅은 기존에 있는 툴(GA, GTM 등)을 잘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잡혔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설령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일지라도) 영감을 찾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잘 맞는다면 콘텐츠 마케팅, 좀 더 끈질기고 꼼꼼하게 하나를 팔 수 있는 분석 경험과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사고력이 있다면 퍼포먼스 마케팅이 더 잘 맞을 것이다.


나의 예를 들자면 8년 동안 크리에이터로서 글,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해 왔다. 그래서 창의성은 조금 부족할 수 있어도 영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고안해 내는 과정 자체에 매우 익숙하다. 반면 관련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숫자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업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딱딱하고 재미가 없었다. 물론 그 데이터 속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찾아내 적용하는 것 자체는 재밌지만 그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이 고되고 견디기가 힘들다. (실제로 코딩도 나와 매우 안 맞는다)


마지막으로 내가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겉으로 보기에 재밌어 보이는 걸 섣불리 선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그 직무 또는 직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만약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내가 그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다면 관련 인턴을 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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