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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ul 20. 2024

공간이 마음을 움직인다.

시간적 여유만 된다면 아내와 함께 늘 찾는 곳이 있다. 토요일 아침 개장 시간에 맞춰 인근 빵집에서 약간의 먹거리를 사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곁들여 식사와 쉼과 대화를 나눈다. 


유명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에는 인적이 드물다. 넓은 공간을 마치 사적 영역처럼 쓸 수 있다. 한쪽에는 노트북을 열어놓고 틈틈이 글을 쓰기도 한다. 음악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쐬며 마음의 쉼을 갖는다. 


직장 얘기며, 자녀들 얘기, 부모님들 얘기를 편하게 주고받는다. 아내와 한 지붕에 같이 살면서도 대화를 과연 많이 하고 살고 있는지 뒤돌아본다. 서로가 일하느라 집에 오면 밥 해 먹고 뒷정리하면 피곤해서 곯아떨어지는 삶을 주중에 살아낸다. 토요일, 일요일 주말도 그렇게 쉼이 기다리고 있지 않다. 주중에 못다 한 일들이며 챙겨야 할 공동체도 있고. 


소소하게 집 가까운 곳 한적한 곳에서 차 한 잔에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이 관계를 더욱 돈독해한다. 나이가 들수록 편안한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아내도 나도 자녀를 키워 놓고 이제는 둘만의 시간을 채워가야 할 때다. 여백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가야 할 때다. 



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학교 내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요즘 각 지역별로 노후된 건물을 헐고 새로운 개축을 하는 사업들을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인 경우가 많다. 대개 향후 5년 이후 학생 수 대비 계산하여 신축 건물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야말로 학교 안에 교직원들은 배려하지 않는 처사다. 오직 학생 수만 계산하여 공간을 구성한다는 방향이다. 좋다. 학생이 우선인 것은 맞다. 그런데 교직원들이 제대로 쉼을 누릴 수 있어야 학생들에게 좀 더 마음을 기울여 힘을 쏟을 수 있지 않을까. 


학교는 교직원들이 제대로 된 쉼 공간이 없다. 일반인들이 교실 속에 아이들과 하루 정도 지내면 교실 안 데시벨 소리에 기겁을 할 것이다. 소음의 정도가 상상 이상이다. 당연히 피곤으로 이어지고 스트레스가 누적된다. 한적하게 쉼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학교 안에 꼭 필요하다. 경제적 이유라는 잣대로 학교 공간을 학생 숫자로만 계산하여 낭비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멀리 내다보지 못한 졸속 행정이다


진정한 교육력은 교사의 열정, 교직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에서 가능하다. 말만 번지르르한 사업 추진보다 근무 환경부터 알뜰히 살피는 정책이 진행되었으면 한다. 교직원들을 위한 공간 투자는 낭비가 절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심적 여유와 안정이 고스란히 교육력으로 이어진다. 교직원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곧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학교 관리자라면 교직원들이 쉼을 가질 수 있도록 눈 딱 감고 복무 처리에 유연성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겠다. 악용될 소지도 있을 것이다.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교직원들마다 느끼는 직장의 스트레스와 업무 강도가 천차만별이다. 책임 있는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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