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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레날린 정키 Sep 21. 2023

액티비티 일지 7.
포르투갈에서 서핑을

쉽지 않은 생애 첫 서핑 도전기

유럽에서 대서양을 마주하는 포르투갈, 프랑스, 모로코 등은 서핑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다양한 Surf Camp(Surf School)들이 위치해 있는데, 언젠가부터 관련 광고가 나에게 맞춤 광고로 계속 뜨기 시작했다. 수차례 솔깃하던 나는 결국 광고에 굴복하고 말았다.


특히 포르투갈은 세계에서 가장 큰 파도가 서핑된 곳인 Nazaré(나자레)세계 서핑 보호 구역(World Surfing Reserves, WSR)으로 지정된 Ericeira(에리세이라) 등 유명한 서핑스폿이 많은 나라다. 개인적으로 유럽의 주요 나라들 중 아직 안 가봤고, 늘 가보고 싶던 나라이기도했다. 그래서 이번 여름휴가의 행선지는 포르투갈로 정했고, 콘셉트는 관광 + 서핑으로 결정했다. 서핑은 리스본에서 가깝고(차량 45분 거리), 파도가 초보자에게도 적합하다는 Ericeira(에리세이라)에서 하기로 했다.


리스본 발견 기념비(Padrão dos Descobrimentos) 앞에서


2주 여름휴가: 관광 + 액티비티

첫째 주: 리스본 관광 3일 + 서핑 3일

둘째 주: 포르투 관광 3일 + 서핑 4일 [4일 중 하루는 리스본 근교(신트라, Sintra) 여행을 다녀왔다.]


3일 동안 자외선 차단제만 바른 채 물에 빠진 생쥐꼴로 서핑하고 놀다가, 또 다른 3일은 한껏 꾸미고 관광하곤 했다. 내 성향에 아주 잘 맞는 일정 조합이었다!


Ericeira 서핑스폿 앞에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서핑의 장점: 진입장벽이 낮다.


요즘 한국에서도 서핑이 상당히 대중화되었다. 아무래도 다른 수상 스포츠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짧은 시간 안에 배우고 파도에 올라타 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배운 서핑스쿨(첫째 주 Blue Ocean Ericeira Surf School, 둘째 주 Extra Surf School)에서도 바닷가에서 이론 수업은 약 20분 내외만 진행하고 바로 바다로 들어가서 서핑을 시작했다. 윈드서핑이나 카이트 서핑 등을 배울 때보다 이론 수업이 훨씬 짧았고, 장비도 서핑보드 하나만 있으면 되니 간편했다.



서핑보드에 올라서는 방법(Take off)


바닷가에서 진행된 20분의 이론 수업에서 서핑보드에 올라서는 방법(take off)은 강사님께서 단계별로 친절히 알려주셨다. 간단히 공유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서핑보드에 엎드린 상태에서, 신호를 받으면 팔 굽혀 펴기를 하듯 팔을 펴고 상체를 일으킨다.
    - 초보자 코스에서는 강사님께서 적절한 크기의 파도와 타이밍을 봐주셨고, 보드도 밀어주셨다.

2. 뒷발과 앞발을 서핑보드 위에 위치시킨다.
    - 어떤 발이 앞발이 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며, 세부적인 자세는 강사님 별로도 조금씩 달랐다.


서핑보드에 올라서는 방법은 모래사장 위에서 연습해 봤고, 강사님께서 자세도 한 명씩 봐주셨다. 덕분에 보드에는 첫날부터 곧잘 올라섰다오히려 내 문제는 그 밖에 있었다.


© Copyright JWC brand of Bombproof Unipessoal, LDA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서핑을 할 때 힘든 부분은 사실 서핑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몰아치는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첫 2일의 초급 코스에서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서 서핑을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게 쉬운 건 결코 아니었다. 몰아치는 바람과 파도 속에서 내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든데, 무거운 초보자용 서핑보드를 꼭 붙잡고 잘 간수해야 했다. 잘못하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내 보드에 맞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서핑한 곳의 바닥은 돌바닥이면서 높낮이가 다르고 울퉁불퉁했고, 어떤 곳은 해조류로 가득 뒤덮여 있었다. 그런 곳에서 파도에 휩쓸려 손이나 발을 잘못 디디고 미끄러지면 다치기 십상이다. 같이 수업을 들은 한 분은 성게에 찔리기도 했다.


보통 강사님들께서 신호를 주실 때까지 한 곳에서 대기해야 했는데, 파도에 계속 밀려 제자리에 있기도 힘들었다. 초보자이다 보니 서핑보드 위에 균형 잡고 서 있는 시간은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파도와 사투하며 거슬러 올라가는 데 보내야 했다.



다리 힘보다 팔 힘


그래도 초급 수업(Beginner)을 곧잘 따라가서, 3일째에는 중급 코스(Intermediate)를 들을 수 있었다. 중급 코스에서는 바다로 걸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더 먼바다로 패들링(paddling)을 해서 나갔다. 덕분에 돌바닥에 발을 잘못 디디거나 정강이가 쓸릴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파도를 거슬러 패들링을 좀 하다 보면 팔이 금방 피로해진다. 서핑을 예정이라면, 다리 힘보다도 힘을 기르는 우선일 수 있다. 특히 상체 근육이 덜 발달한 여성 분이라면 더더욱.


가장 큰 파도가 서핑된 Nazaré(나자레) 지역의 해수욕장


서핑의 단점: 거센 파도에 대처하는 능력과 담력이 필요하다.


중급 코스에는 또 다른 난관이 있었다. "유럽/포르투갈에서 서핑으로 유명한 곳"아무래도 "파도가 좋고 "이다 보니, 중급 코스를 진행하는 먼바다의 파도는 정말 셌다. 큰 파도가 나를 향해 내리치면, 그 순간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강사님께서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간단히 언급을 하셨다고는 하지만, 서핑 보드에 올라서는 것처럼 Step by Step으로 가르쳐 주지 않으셨고, 연습할 기회도 없었다. 파도가 내가 있는 위치에서 부서지기 시작하면 꽤나 위험한데, 그 심각성을 경고해주지는 않으셨다. 그래도 바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성장한 다른 유럽인들은 그런 파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몸으로 아는 듯했다. 하지만 이렇게 센 파도를 처음 맞아본 나는 꼼짝없이 파도에 당했다.


나는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놀라서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강사님께도 여쭤보고 유튜브에도 찾아봤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정석은, 파도가 내리칠 때 파도와 바닷속으로 보드를 가지고 Duck Dive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파도가 칠 때 오히려 그 파도 속으로 깊이 다이빙을 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탄탄한 수영 실력과 잠수 실력은 기본이고, 바다와도 친해야 하고 큰 파도에도 겁먹지 말아야 한다.


생각보다 위험한 서핑

서핑하기에 좋은 파도는 종종 연달아 치곤 했다. 한 번은 내가 첫 파도를 타고 서핑을 한 후 바다에 빠진 상태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파도를 타고 뒤따라 온 다른 서퍼와 충돌하는 일이 있었다. 그 서퍼의 leash(서퍼의 발목과 보드를 연결하는 줄)에 목이 졸린 상태로 파도에 휩쓸렸는데,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그곳의 다른 서퍼들도 초/중급자 수준이다 보니 대처가 미흡했던 것이다. 다행히 목에 상처가 난 것 외에 별다른 일은 없었고, 상처는 2주 정도 지나고 완전히 사라졌다.





이렇게 파도에 한두 번 데이고, 많은 인파들 속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이 하나 둘 늘어나며 서핑에만 집중하는 게 점차 어려워졌다. 그래서 겁 없이 도전했던 첫째 주보다 오히려 둘째 주에 실력이 줄기도 했다.


한국 vs. 포르투갈


한국의 파도는 포르투갈보다 약해서 사정이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파도에 대처하기는 쉽고, 힘이 충분한 파도를 잡아 타는 게 어려울 듯하다.


강의 방식에도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스포츠를 가르칠 때, 늘 그냥 직접 부딪혀 보게 한다. 아무리 한국의 서핑 강습도 대부분 실습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이렇게 큰 파도에 강사님이 다짜고짜 보드를 밀어버리는 건 상상하기가 어렵다.



한국, 발리, 하와이, 호주,,,


서핑은 소위 '파도 빨'을 받는 게 중요한 스포츠다. 하루는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다가 막 서핑하러 들어가시려는 강사님들을 마주쳤다. 두 분이 서핑하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기대를 잔뜩 하고 기다렸는데, 강습 후 파도가 좋지 않은 시간대인지라 30분 넘게 바다 위에서 파도를 기다리시는 모습만 구경하다 돌아왔다. 서핑을 40년 가까이하셨다는 강사님 수준의 실력이어도, 파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서핑은 전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파도는 어떨지 참 궁금하다. 한국의 바다는 어떨지, 유명한 발리, 하와이, 호주의 파도는 또 어떨지. 포르투갈 파도에서 겁을 좀 먹긴 했지만, 다른 바다 다른 파도를 마주한다면 또 도전해 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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