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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레날린 정키 May 29. 2023

액티비티 일지 2.
이집트에서 스쿠버다이빙을 (1)

스쿠버다이빙 그거 위험하지 않아?


나일강 크루즈에서였다.
스쿠버다이빙하러 이집트에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한 건.



기원전 2600년 경에 세워진 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


2021년 12월, '관광'을 주목적으로 이집트에 처음 왔을 때이다.


이집트는 참 볼 것이 많은 나라다. 누구나 아는 기자 피라미드는 물론이고, 이집트 어느 곳에서 눈을 돌려도 3000년, 5000년 된 문화유산이 수두룩하다. 이집트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저건 '겨우 3000년'밖에 안 됐다"라고 말하곤 했다. 내가 보고 놀라 마지않는 피라미드를 나폴레옹도 보고 놀랐고,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도 보고 놀랐다. 그때에도 이미 지어진 지 각각 4000년, 2000년이나 된 고대 유적이었다. 신기하지 않은가? 역사 속 인물에게도 경탄할 역사였던 유적지가.


우리는 기자 피라미드에서부터 시작해, 1박 2일 사하라 사막 사파리를 하고 (인생 여행이었으니 다음에 글로도 한 번 다뤄야겠다), 수도 카이로를 둘러본 뒤 비행기를 타고 아스완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아스완에서부터 아부심벨 신전을 포함하여 룩소르까지 3박 4일간 나일강 크루즈를 타고 이동하며 관광했다.


나일강 크루즈는 말 그대로 강 위에서 타는 크루즈이기 때문에, 바다 크루즈보다 배의 사이즈가 작고, 파도가 없어 멀미 걱정이 없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방도 깔끔했으며, 이집트 고고학 박사공부를 하는 현지 가이드가 함께했다.


12월에도 작열하는 나일강 위 이집트의 태양


3박 4일 동안 크루즈에서 친구와 나는, 독일에서 온 독일인 커플미국에서 온 인도인 부부와 함께 어울렸다. 당연하게도 우리의 가장 큰 공통 관심사는 이집트에서 어디를 다녀왔고, 다음에 어디를 갈 것인지였다. 나와 친구는 크루즈로 여행을 마무리하고 독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던 반면, 다른 팀들은 모두 '후르가다'로 향한다고 했다.



후르가다(Hurghada)


후르가다가 어디인가. 우리가 약 2주의 일정 동안 다녀오지 않은 곳이었다.


물론 이집트 여행을 준비하면서 후르가다를 들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이빙 포인트와 휴양지로서 후르가다와 다합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 우리의 일정과 동선에 부합하지 않았고, 다이빙을 못하는 친구와 겨울 날씨를 고려하여 제외한 곳이었다.



홍해 스쿠버다이빙


우리 일행들이 후르가다로 향하는 이유는 모두 홍해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우리 6명 중 독일인 남자 막스(가명)는 베를린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부업으로 스쿠버다이빙 강사를 하고 있는 프로였다. 그의 여자친구 에밀리(가명)는 의사로 일을 시작한 후 잠시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함께 여행을 떠난 건데, 그녀 역시 막스에게서 스쿠버다이빙을 배워 이미 수차례 다이빙을 해본 터였다.


두 전문가는 '이집트의 홍해가 스쿠버다이빙으로 유명하고 그렇게 아름답다'면서, 후르가다의 '다이빙 사파리(diving safari)'를 소개했다. '사파리(safari)'가 다이빙에도 쓰인다니. 사하라 사막 사파리에서 이제 막 인생 여행을 마치고 온 나는 또 귀가 솔깃해졌다.


알고 보니, 사파리의 어원은 아랍어/스와힐리어로 여행이란 뜻이고, 이것이 변형되어 지금은 자동차, 보트 등을 타고 다니며 야생 동물과 자연을 구경하는 걸 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이빙 사파리는 며칠 동안 보트를 타고 돌아다니며 다이빙 포인트에서 약 12-20차례 다이빙하는 프로그램을 일컬었다. 스쿠버 다이빙 세계에서 쓰는 속어로는, 12-20 깡.


내 친구는 어릴 때 귀를 다친 적이 있어 다이빙을 못한다고 나에게 일찌감치 얘기했었는데, 사람들의 다이빙 경험과 계획을 듣고는 나에게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내 발아래에 수백 미터 깊이의 물이 끝도 없이 있는 게 무섭지 않냐며.


그런데 나는, 도리어 그 말을 듣고 스쿠버다이빙에 더 큰 기대를 하게 되었다. 꼭 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발아래에 물이 끝도 없이 있다고? 4000m 상공에서 뛰어내리던 스카이다이빙과는 또 다른 느낌이겠구나, 내 발아래에 4000m 깊이의 물을 둔다는 건.


그렇게 이집트 스쿠버다이빙은 내 버킷 리스트에 등재되었다.


다합 블루홀(Dahab Blue Hole)에서 버디와 나


그로부터 1년 3개월의 시간이 흐른 2023년 3월, 나는 4월 부활절 연휴를 1-2주가량 앞두고 연휴에 무얼 할까 고민했다. 나의 올해 버킷리스트부터 살펴보았다.


2023년 버킷리스트

01. 아프리카: 케냐 -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등반, 세렝기티) -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나무)

02. 이집트 스쿠버다이빙: 다합 또는 후르가다

03. 포르투갈(또는 모로코) 서핑

04. 오스트리아 Via Ferrata


버킷리스트를 보고 있자니, 직장에 다니면서 이를 올해 안에 다 이루려면 부활절과 같은 소중한 연휴를 그저 흘려보낼 수 없었다. (독일의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연휴는 우리나라의 설, 추석 연휴와 같다.) 그리고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검색해 보았는데 이집트의 4월 날씨가 적합해 보였고, 몇 차례 미뤄왔던 다이빙을 이제는 꼭 해보고 싶었다. 장기여행을 계획하기에는 다소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후다닥 고프로까지 주문하여 떠났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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