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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레날린 정키 Jun 12. 2023

액티비티 일지 4.
스위스에서 행글라이딩을

Shall we fly? 하루 액티비티에 둘이 1000유로 쓰게 된 사연


액티비티 천국,
스위스 인터라켄


세계 3대 액티비티 명소로 뉴질랜드, 캐나다와 함께 빠지지 않는 곳이 스위스 인터라켄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패러글라이딩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인터라켄에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다. 아름다운 스위스 자연을 배경으로 캐녀닝(Canyoning), 래프팅(Rafting), 캐년스윙(Canyon Swing), 번지점프(Bungee Jump), 스카이다이빙(Skydiving), 행글라이딩(Hang-gliding),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 Via Ferrata 등을 즐길 수 있다. 나는 그중 심사숙고하여 캐녀닝과 래프팅, 행글라이딩을 하기로 결정했다.


출처: Adobe Stock


$$ 엄청난 물가의 스위스 $$


스위스 물가가 비싸다고들 하지만, 스위스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물가가 비싸봤자지. 나는 여기 고작 며칠 있는데 하고 싶은 거 할 거야.'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스위스 슈퍼마켓에 들어선 순간, 나는 가격에 놀라 육성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스위스는 자국 화폐인 프랑을 사용하지만, 유로와 환율이 거의 1:1이고 유로 사용이 꽤 보편화되어 있다. 그래서 가격이 스위스 프랑으로 적혀있어도, 독일이 생활권인 나는 유로로 가격을 파악하곤 했다. 그런데 슈퍼마켓의 식자재 가격이 거진 독일의 2배였고, 독일에선 보지 못했던 두 자릿수 가격표들이 가득했다.


그 물가는 액티비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선택한 중급 단계의 그림젤 캐녀닝(Canyoning Grimsel)은 170 CHF였고, 비디오 가격은 50 CHF였다. 행글라이딩은 230 CHF였고, 사진과 비디오는 40 CHF였다. 래프팅 뤼치네 (Rafting Lütschine)는 139 CHF였으나, 여러 액티비티를 하는 관계로 할인받아 122.5 CHF였다. (유로로도 모두 같은 가격이다.)


우리는 현장에서 액티비티를 모두 예약했다. 당시 남은 자리가 많지는 않았고, 우리 일정과 변덕스러운 스위스 날씨를 고려하다 보니 액티비티 일정이 아주 빡빡하게 잡혔다. 융프라우에 다녀온 다음날 오전에 캐녀닝을 하고, 오후 5시쯤 행글라이딩을 한 후, 그 다음날 오전에 래프팅을 하는 일정이 된 것이다. 그렇게 36시간 동안의 액티비티에만 인당 600유로, 둘이 1200유로를 쓰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도 헉소리 나는 가격이다. 하지만 이게 또 내가 돈을 버는 이유인 걸.


행글라이딩 가방 메고 비행 포인트로


패러글라이딩이 아닌
행글라이딩을 선택한 이유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행글라이딩이 더 특별하기 때문이다!


나는 스카이다이빙을 해봤는데, 스카이다이빙에서는 자유낙하 후에 패러글라이딩을 해서 착지한다. 패러글라이딩만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경험한 셈이다. 당시 탠덤 비행 조종사가 360도 회전부터 해서 갖가지 기술을 선보여 줬고, 잠시나마 직접 운전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패러글라이딩은 이미 경험해 봤다고 느껴졌다.


또한 패러글라이딩은 요즘 한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아무래도 장비와 기술 면에서 패러글라이딩이 더 보편화되어 있는 듯하다. 행글라이딩은 장비가 더 크고 복잡하고 비싸며, 조종과 제어에도 더 많은 기술과 정확성이 필요하고, 비행속도도 더 빠르다. 그래서인지 행글라이딩은 그렇게 흔하지 않고, 네이버에도 행글라이딩을 검색하면 스위스 인터라켄 관련 게시물만 나온다.


그래서 직접 조종을 배우는 거라면 패러글라이딩을 배워보고 싶지만, 탠덤 비행은 더 어렵고 흔하지 않은 행글라이딩으로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새처럼 날아보고 싶었다! 엎드려서 새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고, 잠시나마 새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만 고려하는 분들은 행글라이딩 옵션도 있으니 함께 고려하시길 바란다. 패러글라이딩과 마찬가지로 가뿐하게 반나절 일정으로 즐길 수 있다.



Shall we fly?


인터라켄에는 전 세계에서 아웃도어 액티비티와 자연을 사랑하여 온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인구 53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굉장히 인터내셔널(international)하고, 이들이 정착하여 꾸린 다문화 가정(multicultural family)도 많다.


편안한 옷차림

헝클어진 머리

검게 그을린 피부

성큼성큼 걷는 맨발


한 번은 이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퇴근하고 패러글라이딩할래?"

마치 "오늘 날씨도 좋은데, 한강에서 맥주 한 캔 할래?" 묻듯이 캐주얼하게 묻는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선뜻 이렇게 물어본다.


"Do you fly? How often?"

마치 "Do you play soccer?"를 묻듯이 가볍게. Fly가 이렇게도 쓸 수 있던 단어였던가. 살면서 패러글라이딩을 해본 적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자주 비행하냐니!


하지만 상대방의 대답은 Yes다. 5년부터 20년까지 경력은 제각각이지만, 많은 이들이 본인의 패러글라이딩을 메고 산 위로 올라가 가볍게 뛰어내린다.


이들은 여름에는 제각기 다양한 액티비티 가이드를 하고, 겨울이면 보통 스키와 스노보드를 가르치곤 했다. 겨울 스포츠에 더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은 겨울인 나라만 찾아다니며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의 자유분방한 삶을 보며 나도 이들과 같은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이들처럼 살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나도 유럽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자연 속에서 액티비티를 하며 성장했다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나도 언젠가 직접 조종해서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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