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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계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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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캐슬 Sep 01. 2024


틈이 생기면

빈틈 속을 걸어가 보고 싶다     

비 오는 오전 베란다에 앉아있어도

창밖 강물에는 아무런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밖을 내다본다고 하여도

딱히 바깥세상에 관심 가질 틈도 없다

    

더러 비난받을 틈이 생길 때마다

빈틈없이 틈을 내고

광장에 번지는 사람들 틈에서 빈틈을 노려보지만

도무지 틈을 찾을 수 없다     


틈만 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틈이 생길 것 같지만 온종일

틈은 나지 않고 어느

틈에 4시가 오후의 빈

틈을 채우고 있을 뿐

틈 있는 곳이라곤 아무 데도 없다   

  

틈틈이 시간을 나누어 틈을 만들고

내 빈틈 깊이를 가늠해 보지만

좁다고 하기에도, 넓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틈

가시거리 너머까지는 가릴 필요가 없는 틈

틈 속이 왜곡되어 있는지

틈이 정곡을 찌를 것인지

틈은 굳이 해석할 필요가 없다     


저녁 하늘 빈틈을 가르는 바람이 지나간 곳에는

어떤 형태로든 틈을 남긴다고 한다

틈을 만드는 바람을 따라

틈나는 대로 예리한 빈틈을 쓰다듬으면

틈은 둥글게 공글리지만

둥근 틈에서도 웬일인지 각진 소리가 들리고

틈 속의 하얀 속살에서는 예각의 맛이 난다

    

사전을 뚫어져라, 훑어보지만 꼭 찾아야 할 단어도 없는 틈새

<틈만 나면>이란 TV 프로그램에서도

틈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을

심야 재방송이 끝나는 틈에야 알아차린다  

   

잠을 비운 틈에 꿈은 빈틈을 채우려 하지만

좀처럼 틈은 지워지지 않고

새벽이 깜빡 졸고 있던 틈에

일찍 일어난 기지개가 아침을 깨우고 있다

밤새 빈틈은 찾지 못하고

틈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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