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ㅣ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많다. ‘자존감’, ‘나 사랑하기’, ‘나를 소중히 대하고 아끼는 방법’ 대한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 책의 판매 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나 또한 고학년인 우리 반 학생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가 접하는 여러 매체를 통해서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은 ‘나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는 공통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중요한 본질이지만, 왜곡되어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보게 되었다. 모든 상황에서 나만을 생각하며 에너지를 아끼고 몸을 사리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귀중하게 대하는 것일까?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나의 첫 일자리는 푸드코트 올라운더였다. 호주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나는 영어, 호주에서의 일 모두 자신감이 없었다. 누군가는 오너와 인터뷰를 할 때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세우며 어필하였지만, 나는 성실하게 하겠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은 하지 못하였다. 내가 처음 인터뷰를 보았던 곳에서 나를 채용해 주었는데, 호주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었다. (한국 최저시급에 비한다면 몇천 원 더 높긴 했지만 말이다.) 주변의 한국 워홀러들은 더 조건 좋은 곳을 알아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파악했기에 최저시급에는 미치지 않더라도, 나의 수준에서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근무조건에서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최저시급도 주지 않는데….’와 같은 조건적 아쉬움을 떠올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만과 불평을 떠올리는 것은 나아가려 하는 반대 방향의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한참을 걸어도 제자리에 머무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최저시급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밝고 성실하게 일했다.
만약 최저 시급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 속에서 몸을 사리며 에너지를 저축하는 것에만 급급해하고, 이것이 나를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어떤 나의 모습을 마주했을까? 아마 불만은 더 늘어가고, 일과 일하는 공간이 싫어졌을 것이다. 더불어, 그곳에서 일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스스로가 못나 보였을 것이다.
한편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하면 체력이 고갈되고 힘들 텐데?’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먼저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말은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에너지를 사용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을 외면하지 말고 밝고 성실하게 하라는 것이다.
열심히 일할 때 긍정적이고 힘찬 기운을 주변에 전하고, 주변에서도 기운을 줘서 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남들과 같은 것을 경험해도 나만 얻어가는 것이 생기고 매 순간에 감사할 수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한다는 것은 분명한 명제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돈 외의 다른 것을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하는 시간의 존재 이유가 ‘돈’만인 것은 나를 귀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열심히 일을 하며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을 다이어리에 적으며, 배울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연어 손질하는 법, 호주의 현금 체계, 호주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방법, 지금까지도 내가 좋아하는 참깨소스를 알게 된 것, K드라마를 좋아하고 유쾌한 말레이시아 친구를 만나게 된 것, 그리고 호주에서 일하는 자신감까지. 이렇게 감사할 것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고 스스로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혹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한편,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전혀 고생시키지 않는 것과는 먼 얘기이다. 나를 진정으로 아낀다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깨달음, 배움, 성장의 즐거움을 자신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나 자신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