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지문 22:22
빈자리 지문 22:22
나는 당신을 만나고
‘어쩌지’라는 말이
어느 날부터 싫어졌어요.
시간커튼이
당신의 빈자리를 대신 내려오고,
밤거리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자꾸, 자꾸 눕혀버립니다.
당신을 우연히 본 순간처럼
22:22에
마음이 먼저 가로막힙니다.
사랑 안에도
우정의 형태가 존재한다며.
당신과의 결별을 지나
시간과 만교를 맺었습니다.
마지막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차갑게 돌아서지 못하고,
끝내 어쩌질 못하겠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당신과의 첫 악수를
붉다란 라벨기 위에 얹어 둡니다.
설계도처럼 정확하지도,
인장처럼 선명하지도 않게
손지문이 있었을 자리만을
접어 둡니다.
시간이
따라갈 수 있도록.
*만교(晩交) 늦게야 맺게 되는 사귐.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가리켜 쓴 말.
©디오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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