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하나 Feb 12. 2024

여러분의 눈에는 세상이 어떤가요

왜 여러분은 매일 행복하신가요

대체 여러분의 눈에는 세상이 어떤가요.


바람은 선선하게 불고 햇볕은 따사롭고

곳곳에 푸른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좋은 향기를 남기고

발걸음은 가벼워 걸음걸음마다 콧노래가 머무는 세상인가요. 


왜 나는 바람이 살을 에는 듯 하고

햇볕은 눈을 찌르는 듯 하고

짙은 회색 아스팔트 위에 죽은 동물 사체가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노려보는 것 같고

발걸음은 모래 주머니라도 찬 듯 무거워

걸음걸음마다 우울감이 뚝뚝 떨어지나요.


왜 나는 항상 메말라 있고 

끊임없는 갈증을 해소하려 버둥대야 하나요.


왜 나는 버석거리는 입 안을 바닷물로 축인 듯

계속해서 갈구하며 살아야 하나요.


왜 나는 고운 모래 속 하나의 뾰족한 유리조각처럼

여러분 속에 섞이지 못 하고 살고 있는 걸까요.


왜 나는 바닷가에 말라가는 불가사리처럼 온 몸이 갈라지면서도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파도를 마냥 기다리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왜 나는 덤불에 뿔이 걸린 산양처럼 과거에 얽매여

천천히 죽어가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왜 여러분은 매일 행복하신가요.


왜 여러분은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를 마무리하시나요.

왜 여러분은 가장 큰 걱정이 친구와 싸운 것

가족과 불화가 생긴 것 연인과 조금 멀어진 것

학업의 성과가 기대보다 낮은 것

직장에서 작은 실수를 한 것 따위의 부러운 삶을 살고 계신가요.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요.

내가 너무 자조적인가요.


그렇다면 왜 의사 선생님은 제게 동정의 눈빛을 보이나요.

그렇다면 왜 친구들은 내 얘기를 들을 때마다 속상해하나요.

그렇다면 왜 가족들은 나를 외면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왜 내가 먹는 약의 양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질 않나요.

그렇다면 왜 내 삶은 바뀔 것 같지가 않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네게 어떤 존재였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