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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Mar 19. 2024

직업적 행복

행복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냥 마음이 편안한 상태 정도로 해석하고 봐주시기 바란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행복한 지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행복할 거라는 가정을 부정하기 위해서다. 


가장 사랑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 있다. 가장 사랑하는 건 취미로 남겨두고 두 번째로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으라고. 이 말에는 직업이 되는 순간 그 일이 싫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매우 통찰력 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어렸을때부터 좋아했고, 몸이 버텨주는 한 죽기 전까지 운동을 할 것이다. 씨름, 태권도, 복싱, 서핑 등 한번 빠지면 끝을 보려고 했다. 어렸을 때 체육 중학교 스카웃 제의도 왔고, 부모님은 아들을 운동을 시켜보라는 제안을 많이 받으셨다. 부모님의 결론은 운동을 직업으로 삼으면 애가 스트레스 받아서 안 된다는 거였다. 물론 그들은 공부와 관련되지 않은 그 어떤 일도 허락하지 않으셨으니, 그냥 얻어 걸린 얘기였지만 맞는 말이었다. 야구를 예로 들어보자. 중학교 까지는 어떻게든 야구부가 있는 곳에 간다지만, 이미 고등학교 입시부터 치열하다. 명문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면 야구선수의 꿈을 접어야 할 정도다. 명문 고등학교에 가야 졸업 후 프로 입단을 하던가, 명문 야구팀이 있는 대학교에 갔다가 프로 구단으로 간다. 어떻게든 명문 고등학교에 갔다고 해도 성적을 내지 모하면 프로 입단도, 대학 입시도 물 건너 간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 매일이 스트레스인 일상이다. 공부도 마찬가지 아니냐, 일반 학생들도 그렇게 치열하게 산다, 라고 주장한다면 동의한다고 답하고 싶다. 그래서 공부가 즐거우셨습니까? 


좋은 성적을 내서 프로구단에 입단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프로의 무대야 말로 두번째 기회란 없는 살얼음판이다. 아무리 좋은 계약을 했다고 해도 성적이 나지 않으면 수년 내로 옷을 벗어야 한다. 어렸을때부터 야구가 좋아서 야구만 하고 살았는데 20대에 더이상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것이다. 운동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도 마찬가지고 춤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40대만 되어도 명퇴를 생각해야 한다지만, 그래도 커리어가 긴 편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회사에 다녀서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 글이 조금의 위안은 됐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고 해서 당신이 행복해질거라는 보장은 없다. 


회사를 그만두고 죽기 전에 안 해봐서 가장 후회할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지만 내가 회사 다닐때보다 덜 우울하다던가, 더 행복한 것 같지 않다. 사람의 우울 정도에 직업적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아니, '직업적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에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게 오히려 안 좋다는 생각이다. 직장은 돈벌이 수단이요, 행복은 다른데서 찾겠다는 사람이 현명한 거다. '장래희망'이라던가, '꿈'같은 개념은 없애야 한다. 꿈을 이룬 삶을 살면서 불행하면 뭔가 내가 심각하게 잘못된 사람처럼 느껴지니까. 


'그래도 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잖아' 

그래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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