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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류학자 Oct 06. 2023

새의 비행 깃털 진화, 공룡으로부터

공동연구 시작

08화 열정적인 신입 대학원생의 연구 주제 정하기 (brunch.co.kr)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교수님께서 제출하신 연구제안서가 통과됐고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제안서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공룡에서 시작된 비행 깃털의 진화를 후손인 새들의 사냥 방법 중 하나인 flush-pursue (탈출 유도-추격 포획)로 설명하는 것이다. 좀 더 자극적으로 말해보자면, 피식자의 회피 반응이 포식자의 형태적 특성의 진화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안하는 연구이다.


우리와 같이 지구에 살아가는 새들의 조상은 공룡이다. 공룡 중에서도 티라노사우르스를 포함하여 두 발로 걷는 수각류의 한 그룹에서 새가 진화했다. 많은 화석 증거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새의 다양한 특징은 단계적으로 진화했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새의 특징은 것은 '비행'과 '날개'이다. 새의 날개는 비행 깃털 (칼깃형 깃털, pennaceous feather 2 feathers - Pennaceous feather - Wikipedia)로 이루어져 있다. 비행 깃털은 나풀거리는 솜털과 달리 깃축과 촘촘한 미세 구조를 가지고 있어 비행 동안에 날개 형태를 유지해 준다. 이러한 비행 깃털은 쥐라기 공룡에 첫 등장했다. 화석 증거로 보면, 비행 깃털은 한 집단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칼깃형 깃털을 가진 중들 중 새와 가까운, 즉 상대적으로 나중에 나타난 (분화된) 종들은 비행 깃털이 앞다리, 뒷다리, 혹은 꼬리에 치지하는 면적이 충분히 커서 비행이나 활공이 가능했다. 하지만, 비행 깃털을 처음 가진 초기 종들은 비행 깃털이 이루는 면적이 몸에 비해 작아 날지 못했다 (예: Caudipteryx UDL - Caudipteryx - Wikipedia). 그렇다면, 비행 깃털은 처음에 어디에 사용됐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새로운 가설을 제안하고 평가하는 것이 연구과제의 목표였다.




본 가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룡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했다. 또 실험에 로봇을 사용하고자 했기에 로봇전문가도 필요했다. 지도교수님은 과제 제출 당시 다른 교수님들과의 협업한다는 계획을 제출했고, 과제 확정 이후 미팅을 잡으셨다. 일단 공룡 연구로 유명하신 교수님을 만났다. 


지도교수님과 함께 공룡교수님이 계신 건물로 들어갔다. 복도에는 화석과 각종 돌들이 전시돼 있어 마치 박물관에 온 느낌이었다. 방에 들어서자 공룡이 잔뜩 그려진 포스터를 시작으로, 공룡 피규어, 그리고 화석도 있었다. 중생대 공룡들 사이에 공룡교수님이 계셨는데, 풍기는 포스가 남다르셨다. 함께 과제를 수행할 공룡교수님의 학생도 오셨고 인사를 나눴다. 공룡교수님께서 먼저 입을 여시면서 연구 얘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연구는 정말 설렌다. 사실 처음에는 연구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그 타당성을 판단하지 못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공룡교수님께서는 가설이 제법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씀해 주셨고, 나의 열정을 치고 올라갔다. 이전까지 많은 가설이 제시됐지만, 다들 조금씩 미흡한 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실험을 열심히 하여 새로운 가설을 탄탄하게 설명만 한다면 제법 지지 받는 가설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로봇을 만들기 위해 흉내 낼 공룡 하나를 정해야 했다. 공룡교수님은 바로 카우딥테릭스라는 종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비행 깃털은 펜나랍토라 분류군에서만 발견되는데, 이 분류군 내에서 초기에 분화한 종들 중 하나라는 설명을 해주셨다. 지도교수님께서는 이미 카우딥테릭스에 대해 잘 알고 계셨고, 나는 잘 몰랐기에 죄 없는 표정으로 웃으며 그 이름을 받아 적었다. 친절하신 공룡교수님께서는 준비해 두신 그림을 보여주시면서 추가 설명을 해주셨다. 이어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를 보여주셨는데, 표지가 카우딥테릭스였다. 사람들이 제법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공룡교수님께서 보여주신 잡지. 표지가 카우딥테릭스이다. 새의 기원이 주제.


미팅은 제법 길었고 더 이야기를 나눈 뒤 나와 지도교수님은 공룡시대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연구실로 돌아가며 교수님께서는 나에게 이 연구를 하는 게 좋냐는 질문을 하셨다. 그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매우 흥미로워하는 질문 중 하나를 연구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약간 긴장된다고 말씀드리자, 이미 수십 년 연구를 해오신 교수님은 새로운 연구를 하는 게 익숙하시기에 그렇게 동의하는 표정은 아니셨다. 


이어서 다음 미팅은 로봇 전문가 교수님과 학생분을 만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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