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방식은 다르지 않다
광장을 사랑합니다. 출근길에 광장을 가로질러가면 만나게 되는 새들과 꽃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사랑합니다. 대도시는 밀집된 공간입니다. 도시에서 시야가 트인 공간을 만나게 되면 숨 한번 깊게 들어마셨다가 내뱉을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사람 사이에서 사는 게 인간이라지만 도시는 사람 사이가 아니라 ‘사람’만이 있고 ‘사이’라는 여유가 없는 곳입니다. 들이나 바다를 보며 자란 사람에게 도시는 참으로 답답하여 살아가기 어려운 곳입니다. 인위적인 구조물에 갇혀 살고 있는 곳이 도시입니다. 자연에서 돈이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이 돈이 되는 세상이니 사람 따라 사람이 모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추워졌습니다. 옷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은 금년이 다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출근을 합니다. 광장을 느긋이 걷던 한 달 전과 다릅니다. 저기 한쪽에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모여 먹이를 쪼고 있습니다. 이전에 보던 모습과 다릅니다. 광장 이곳저곳을 자기 집인 것처럼 텃세 부리며 흩어져 있던 비둘기들이 한 곳에만 모여 있습니다. 빌딩 숲 사이로 그곳에만 햇볕이 비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따뜻한가 봅니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빌딩에 가려 다른 곳은 그늘져 있지만 그쪽만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평화의 상징이라며 광장의 주인공이던 비둘기는 이제 유해조류라는 이름으로 천대받고 있습니다. 음식을 주지 말라고 합니다. 아이들이나 연세 지긋한 노인이 광장에서 모이를 주는 모습이 행복한 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습니다. 선진국의 모습이 그런 것이라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 광경은 이제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비둘기가 무슨 죄가 있을까요. 그 새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그 장소에서 그냥 살고 있는 것뿐입니다. 비둘기는 자신의 습성대로 광장에서 생존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비둘기의 본질은 어제나 지금이나 내일도 같습니다. 변한 것은 사람이지요. 사람의 이해에 따라 평가가 오락가락하는 것입니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비둘기 모습에서 지금의 도시사람을 떠올립니다. 모이를 쪼는 비둘기 모습이 컴퓨터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의 모습과 비슷하다 생각하며 직장을 향해 바삐 길을 걸어갑니다. 내 직장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오늘도 거기서 일을 하고 한 끼의 밥을 먹을 것입니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퇴근하며 일찍 어두워진 거리로 나설 것입니다. 새와 사람의 일상이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