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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희 Nov 19. 2023

(하루 일상)  크리스마스트리

추워질수록 따뜻함이 그립습니다

늦은 가을입니다. 단풍과 은행잎 그리고 낙엽으로 가득하던 가을의 정취도 차가운 바람에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낙엽이 사라져 가고 나무에 남아있는 몇 개의 잎만이 소슬함으로 가득합니다. 깊었던 만추(晩秋)의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려는 지금입니다. 푸르렀던 봄과 한 여름의 열정은 한 바탕 꿈꾼 듯 사라져 갑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짙은 회색빛 감성으로 덧칠하여진 가을의 서글픈 정서만이 가득합니다.   


일찍 어두워집니다. 짙은 어두움입니다. 한겨울보다 쓸쓸한 것이 지금의 밤입니다.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맑음에서 흐림으로, 더움에서 추움으로 계절이 바뀌는 지금이 사람의 마음을 작아지게 합니다. 밖을 보지 못하고 자꾸만 내 속을 파고 들어만 갑니다. 바뀌어가는 모든 것을 거부한 채 내 몸은 몸살을 앓으며 끙끙대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시청광장에 세워졌습니다. 10여 일 전만 해도 가을꽃들이 전시되어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광장은 아름다운 빛으로 가득합니다. 작은 전구들이 밝히는 빛으로 광장 전체를 메우고 있습니다. 예전 기억을 돌아보면 12월에 들어서야 곳곳에 트리가 세워졌었는데 갈수록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단지 예쁘다고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날씨가 추워진 탓만도 아닐 것입니다. 잃어버린 따뜻함이 그리운 것입니다. 온도가 아니라 온기입니다. 감성과 감정이며 나를 돌아봄입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영롱하고 따뜻한 불빛으로 놓치거나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무언가를 회복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트리 불빛만이 하늘을 채우며 발걸음을 잠시 늦추고 있습니다. 빛이 온기로 전해집니다. 차가운 바람을 지나온 빛 한 조각이 따뜻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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