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서 사랑을 경작하다
며칠 전 책상을 정리하다 성공회대 석좌교수이셨던 신영복 교수님의 글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에 대한 평가는 많이 엇갈리지만 문학으로만 보면 글의 내면의 깊이와 문예적 향기는 독특하며 남다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글이 있습니다. 「사랑은 생활을 통하여 서서히 경작되는 농작물」입니다.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써 경작되는 것’ / ‘사랑은 생활을 통하여 익어가는 것’ / ‘가장 선한 것은 무릇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교수님이 글을 통하여 이야기하려는 것은 두 가지 일 것이라고 나름 짐작하여 봅니다. 하나는 ‘생활’이며 또 하나는 ‘경작’입니다.
사랑이 불현듯 갑자기 오는 듯이 보여도 그 싹을 틔우고 가꾸고 키워 나가야 합니다. 시들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거지요. 어느 날 내 속에 사랑이라는 씨앗이 심어지더라도 경작되지 않으며 익어가지 않으며 가꾸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사랑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번개가 치듯, 소나기가 내리듯, 어느 순간에 강렬하게 시작할 수도 있고 오랜 기간 스며들듯이 오는 수도 있습니다. 첫눈에 반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사랑이 되기 위하여는 연결되고 이어지며 가꾸어 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생활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만남이 사랑의 씨앗이라면 사랑은 열매입니다.
가정에서, 같은 부서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하면서 과연 나는 얼마나 여기서 익어가고 경작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아직 사랑이라는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저 스스로를 답답해하면서도 같이 있어 감사하다는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사람 사이의 사랑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꾸고 키워가며 경작하는 것이겠지요. 이 한 달은 정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가꾸어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