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필자는 소위 모범생으로 자랐다. 초중고 12년간 개근상을 탔고, 부모님한테는 순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들로, 학교에서는 규칙을 잘 지키는 얌전한 학생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고, 의무라고 생각했다. 자식이 부모님에 대한 의무, 학생의 의무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 여겼던 것 같다. 또 성실했다. 그 자리에서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하는,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엉덩이에 종기 나게 공부했다. 하루 15시간 넘게 한자리를 지켰다. 반면 주말 시립도서관에 가방으로 자리 맡아 놓고 매점과 시청각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친구들과 달리 난 열람실 내 자리에서 공부 외 다른 짓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이러다 보니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크게 고생한 기억이 있다. 종기가 곪아 터질라 할 즈음 형이 날 엎어놓고 대추나무 가시로 종기를 찔렀다. 누런 고름과 핏덩이가 밥 한 공기만큼 나왔다. 그럴 정도로 열심히 했으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부의 방법을 모르고 그냥 열심히만 한 것이다. 머릿속은 딴 곳에 가 있으면서 몸만 책상에 붙들려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요령이 필요했는데 불안감에 요령을 피울 수 없었다. 10대 그 시절 책, 독서를 알았다면 내 삶이 한결 수월했을 것 같은 아쉬움을 지금에서야 해 본다. 독서를 가까이했다면 공부의 요령도 알았을 것 같다. 공부, 집중, 문제해결, 목표, 방향성, 성과 이런 것들이 모두 책 속에 있었던 것을 너무 늦은 나이에 알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 공부가 재밌다는 것이다. 공부도 방법과 요령이 필요하다. 독서는 공부의 요령을 가르쳐 준다.
“너 자신을 알라.”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 봤다. 나는 물어보는 것을 어려워했다. 수업시간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것을, 길을 걷다 모르면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면 쉽게 해결되는 것을 그때는 물어보길 힘들어했다. 그 외에도 편의점, 고속도로 휴게소, 학교 매점 등 밖에서 사 먹기를 창피해했다. 병원, 동사무소, 은행 등 관공서 가는 것이 두려웠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무서웠다. 고3 학력고사를 마치고 혼자서 야간열차로 부산역에 도착했으나 새벽에 부산역 광장을 벗어날 용기가 없어서(아줌마들이 학생 쉬었다가 하며 팔을 잡아끄는데 놀라서) 첫 열차로 다시 올라온 추억이 있다. 이성 친구에게 말과 감정 표현이 서툴렀다. 친척이 집에 왔을 때 인사하는 것을 쑥스러워했다. 그래서 나만 용돈을 받지 못한 적이 많았다. 동네 어른 또는 옆 동네 친구 아버지 등을 길에서 보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이 창피해 멀리 돌아서 가곤 했다. 남들 시선을 크게 의식하여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 사진 찍히기를 죽도록 싫어했다. 전화하는 것도 받는 것도 어려워했다. 어쩔 땐 친구에게 전화할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대신 전화해서 바꿔 달라고 한 적도 있다. 방학이 시작하는 날 방학이 끝나면 어떻게 하지를 걱정했다. 피해받기 싫고 피해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걱정, 불안, 고민, 타인의 시선, 미루기, 갈팡질팡. 나는 생각이 복잡하고 따지는 게 많은 번잡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독서와 친해지면서 이런 습성, 습관들이 많이 개선되었다. 독서는 자신의 내면을 보게 해 준다. 그러면서 단점을 장점으로 내성적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30년간을 버리지 못했던 나쁜 습관들이 독서 10년으로 지금 이 정도의 나를 만들었다. 독서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재테크도 반성과 성찰, 변화가 필요하다. 재테크를 알아가는 시점부터 실천 방법, 종잣돈 또는 투자금액의 증가, 실제 투자 사례의 다양성 등 점점 진화해 가야 한다. 그러기에 독서도 재테크도 시간에 조급해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이 일정 부분 커지면 관리의 영역이 중요해진다. 부자들이 독서와 친한 이유, 독서를 꾸준히 하는 이유는 독서를 통해서 부를 이루고 관리하여 더 큰 부가 탄생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필자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독서와 재테크란 주제로 소소한 경험들을 책으로 소개했다. 그럴 만한 이유를 말하고 끝마치려 한다.
■ 독서와 재테크 불변의 법칙을 마치며
독서가 중요하다. 책 좀 읽어라. 함께 책 읽고 토론하자. 하지만 관심이 없었다. 독서 참여를 높이고자, 책 읽으면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독서와 재테크 불변의 법칙》이란 제목으로 책 출간을 마음먹었다. 그리고 북클럽 『독서와 재테크』를 만들었다.
독서로 돈 버는 실제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다. 책을 읽고 부동산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책 한 권이 동기부여가 되어 브런치 카페를 창업한 것, 책 읽고 글 쓰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전원주택을 지었다. 집이란 무엇인가 많은 질문 속에서 부모님을 생각할 수 있었다. 집에 부모님 성함을 딴 ‘운필’이란 이름을 붙여주니 ‘운필 정원’이 만들어지고 ‘운필 농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2만여 평 부지에 책을 주제로 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그만큼 책, 독서 관련 콘텐츠가 중요하다. 그래서 독서를 수익모델로 한 1인 지식기업을 창업했다. 책 읽고 실천만 해도 다양한 수익이 발생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지난 10년간은 나를 위한 개인적 독서였다면 앞으로의 독서는 함께 하는 열린 독서가 될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독서를 통한 재테크입니다. 독서를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 이루고 싶은 꿈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물건, 가보고 싶은 장소, 체험이 필요한 것을 책을 통해서 간접경험을 먼저 하고 하나씩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1년에 100여 권 13년간의 독서 경험은 자산증식에 도움이 되었고, 세상 보는 눈을 넓혀줬으며, 부동산 마케터로서 전문성을 키워주었습니다. 읽기는 쓰기로 전이된다고 하였기에 올해는 작가의 꿈을 이뤘습니다. 10여 년 독서 경험과 느낌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하며, 많은 분이 좀 더 책을 가까이할 수 있길 희망하면서 이 글을 썼습니다. 독서도 재테크도 조급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꾸준히 지속하는 자가 이깁니다.
세종시 운필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