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남는다는 건, 온도가 아니라 순간의 일이다
학교 근처 작은 피자가게. 목요일이면 늘 2+1 행사다. 상자마다 치즈 냄새가 깊게 배어 손끝까지 따뜻했다. 세 판을 품에 안고 차에 올랐다. 집까지는 30분, 길이 막히면 40분. 도착할 때쯤이면 피자는 늘 식어 있었다. 치즈는 굳고, 손끝의 온기도 희미하게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 목요일은 달랐다. 차 안에서 상자를 열었다. 갓 구운 피자에서 김이 올랐다. 녹은 치즈가 늘어지며 끊기지 않았고, 토마토소스의 향이 차 안을 가득 채웠다. 도로 위의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자 피자는 조금 더 반짝였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먹었다.
그날 저녁, 아들의 일기장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파도도 가져갈 수 없는 맛. 빛을 맞으며 먹는 맛.”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아이는 말했다.
“파도는 왔다가 다 쓸어가잖아. 근데 그 따뜻함이랑 치즈가 늘어나는 건 파도도 못 가져가.”
그 말을 듣는데 묘하게 마음이 멈췄다. 식어버린 날들이 떠올랐다. 늘 따뜻했을 수 있었는데, 늘 조금만 빨리 열었더라면 좋았을 순간들. 그렇게 흘려보낸 온기들이 차 안의 열기처럼 되살아났다. 아이는 그냥 피자의 온도를 말했을 뿐인데, 그 안에는 시간이, 계절이, 우리 사이의 공기가 다 들어 있었다. 햇빛에 녹아드는 치즈처럼 순간은 늘 흘러가지만, 그 온기만은 파도도 데려갈 수 없다. 아마도 삶이란 그런 것 아닐까. 아주 짧은 따뜻함을 오래 품고 가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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