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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Feb 19. 2024

배추 한 포기면…

뭘 해도 어울리는 네가 좋아 뻘건 고춧가루 뒤집어쓴 네가 좋아 
너 없이 난 밥맛없어 너 없이 난 심심해서 얍!
너무너무 김치가 좋아 아삭아삭 김치가 좋아 <노라조, 김치>

배추김치를 맛본 지 두 달이 지나고 있다. 종종 케냐에서 배추가 국경 넘어오고는 하는데, 오는 족족 간발의 틈도 허락되지 않을 만큼 금방 팔리고 없어진다. 물론 중국 채소종자인 배추를 구하는 일은 케냐 배추를 구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잔류 농약이 기준치를 넘어서는 통에 김치 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열 번이면 아홉 번은 수영장 물에서 날 법한 세제 냄새가 김치에서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사용한 한국서 온 고춧가루 양념을 몇 번이나 통째로 버렸는지를 생각하면 한숨만 절로 나와, 그 뒤로는 눈앞에 보여도 절대 손을 대지 않는 이유가 됐다. 그런데 요즘은 배추 씨가 마른 것인지 중국산 배추도 구경 못할 만큼 배추 흉년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우간다에서 가장 싼 고기는 소고기이고, 반대로 닭고기가 가장 비싸다. 며칠 전 아이들과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나도 남편도 “여기에 배추김치가 있다면 좋겠다.”라고 했고, 이 말에 배추김치 찐(?) 사랑 딸내미가 호박 옆에 놔둔 양배추를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양배추로는 김치 못해?”

양배추라면 입에 대지도 않는 아이의 말이어서 그랬는지, 하늘에서 배추 한 포기가 떨어져 맞는대도 행복하겠다 싶은 상상을 잠시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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