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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Jul 11. 2024

초라해지는 순간에


첫째는 덜한데 만 7세 둘째는 자주 넘어져 무릎이고 팔꿈치이고, 그 상처가 낫고 아무는 일이 무한 반복이다. 아이의 상처를 마주할 때마다 "괜찮아, 약 바르고 기다리면 금방 좋아져."라고 말해주지만 어떤 상처든 시간이 걸리기 마련, 처음에는 따갑고 아프다가 그다음에는 간질간질 그러다 보면 흉터로 남거나 혹은 사라진다.


그러고 보면 아이만큼 나도 자주 넘어지는 것 같다. '마음의 넘어짐' 말이다. 파릇파릇 청춘으로 살고 싶다가도 어느 날 내 마음을 바라보노라면 폭싹 늙어 있음을 보게 된다. 분명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음에도 자신감을 잃은 그런 날, 양육자로서 패배감을 맛보는 그런 날- 그때는 모든 걸 망쳐버린 것만 같은 초라한 기분에 휩싸이다 몇 날 며칠을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마음의 넘어짐'을 겪고는 한다.


그럴 때 나는 아이에게 하듯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하고 반문해 본다. 자기 연민에도 빠져보지 못한 채 어영부영 그 시간을 보냈던 것만 떠오른다. 상처가 낫는 과정을 고스란히 경험하고 결국엔 회복의 맛도 경험하며 살아야 할 터인데, 나의 경우는 넘어지는 일에만 주야장천일 뿐, 그 과정을 고스란히 마주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살아내야 하니까 버틴 것인지, 누구나 다 그런 거겠지 하고 가벼이 여긴 것인지, 그건 모르겠다. 다만 오롯이 봐주지 못했다는 것과 그 과정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보낸 탓에 '똑같은 넘어짐''똑같은 마음 상함'이라는 멈추지 않는 대관람차를 타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건강은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했다. 지금의 인정받지 못하는 시절도 오롯이 경험하며 그 과정을 천천히 지나갈 때 인정에 대한 소중함도 알게 되리라. 당장에 눈에 보이는 것들로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도 하지 말자.


민바람의 [낱말의 장면들]에 보면, "여름에는 가을날이 오지 않을 것처럼 뜨겁게 살고, 가을에는 가을만이 전부인 것처럼, 그렇게 산다면 (중략) 겉모습이 아무리 만조할지라도 지금 순간이 마음에서 빛나고 있다면 지금이 나의 전성기다."라는 표현이 있다. 똑같은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넘어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련다. 그리고 지금 우간다는 우기철이다. 앞으로 건기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지금의 우기 시즌을 반짝반짝하게 보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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