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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Sep 14. 2024

이런 두려움, 부끄러움

#글감 #언젠가 #풀어낼 #이야기 #쪽모이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3학년, 여기에서는 4학년인 아들이 요즘 들어 실실 쪼개며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기 시작했다. 참는다고 참아왔지만, 선을 넘은 오늘은 결국 ‘버럭’하고야 말았다. 우리가 사는 컴파운드에는 네 가정이 더 있고 어린 자녀를 둔 집은 우리뿐이다. 오늘은 이 녀석이 꼭! ‘동네 사람들, 우리 엄마 보래요. 저를 이렇게 혼내요.’라고 광고하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어린아이 울음소리를 내는 게 아닌가. 저녁 식사를 하려는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잠시 밥상을 치우고 방에 들어가라고 했다. 그때부터 “밥 주세요, 밥 먹을 거예요.”라며 소리 높여 말하기 시작했고,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 싶었다. 옆집과 앞집 누구든 상관없으리. “다른 분들이 엄마를 어떻게 보던 상관 안 할 거야. 네 행동이 단단히 잘못됐다는 걸 반드시 알았으면 좋겠어.”라고 화를 냈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이 정리되면 밥을 먹으러 나와도 좋다고 했다. 10분이 지나서야 나왔고, 그때부터 우리는 조곤조곤 마음을 나눴다.


아이에게는 분명 “엄마는 주변의 시선에 상관 안 한다”라고 큰소리를 쳤거늘, 당장 내일 아침부터 ‘얼굴을 어떻게 들고나가지?’라며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아, 모르겠다. 일단 이 밤을 잘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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