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윤 Aug 09. 2023

바지 벗는 자폐아는 교육이 가능할까

부모의 역할




교실에서 바지를 벗는 자폐아는 교육이 가능할까?


Yes or No


.

.

.

.

.

.

.

.

.




당신은 자폐아를 직접 본 적이 있나? 어떤 자폐아를 보았나? 그 자폐아는 어떤 양육 환경에서 성장했나? 사람들 앞에서 바지를 벗는 자폐아를 가까이에서 보거나 들은 적이 있나? 이 행동의 교육 효과에 대해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3월, 3학년 자폐 남학생이 통합학급에서 바지를 벗었다. 반에 여자아이들도 있는데 바지를 벗었으니 즉시 분리를 해야 한다. 그 날 나머지 수업은 우리 반에서 하기로 하고 아이를 데려왔다. 특수학급으로 온 아이를 조용히 쳐다본다. 아이도 잘못한 것을 알아 내 눈치를 본다. 의자에 앉으라고 한 후 물었다.


   교실에서 바지 벗었어?

   왜 벗었어?

   교실에서 바지 벗으면 안 돼.

   힘들어도, 재미 없어도 바지 벗으면 안 돼. 

   바지는 화장실 칸에 들어가서 응가할때만 내릴 수 있어.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중요한 말만 분명히 전달한다. 재미있는 수업도 하지 않는다. 잘못된 행동의 결과가 본인이 편안해하는 특수반에서의 즐거운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평소보다 단호하게 무엇이 잘못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복해서 알려주고 스스로도 말하게 한다. 

  

바지를 벗다니. 1, 2학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행동이지만 그 원인은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새 학년이 되는 3월은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시기다.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폐아들에게 훨씬 더 어려운 때이기도 하다. 3학년이 되며 수업 시간도 늘어나고 공부 내용도 어려워져 통합반에 있기가 많이 힘들고 불안했겠지. 그렇지만 힘들다는 표현이 바지 벗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힘들어요', '잠깐 쉬고 싶어요', '다른 거 주세요'라고 말해야 한다고 그렇게 일렀지만 아이들은 가르쳐준대로만 하지 않는다.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또 발생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 그래서 약속을 정해 하루에도 몇 번씩 매일매일 말해주었다. 아침에도, 쉬는 시간에도, 점심 시간에도.


   - 수업 시간에 앉아 있기

   - 선생님 말씀 잘 듣기

   - 바지 입고 있기


그리고 통합반 수업을 줄이고 우리 반 수업 시간을 늘려 통합반에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조정했다. 3,4교시와 급식만 통합반과 함께 하고 나머지 시간은 특수학급에서 수업하며 적응 정도를 지켜보다 통합반 수업을 조금씩 늘리기로. 급식 후 점심시간도 우리 반에서 보낸다. 그런데 또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1, 2주 잠잠하다 싶더니 급식 후 통합반에 가방을 가지러 가 그새 또 바지를 내렸단다. 이럴수가. 정말 왜 그러는거야. 생각보다 장기간의 교육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학습수준은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이고 평소에 문제행동이 크지 않다. 언어 발달이 느리고 감정 조절이 미숙해 가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매력으로 친구들과도 대체로 잘 지내왔다. 또한, 적절한 행동을 알려주고 패턴화 시켜주면 행동 교정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다.



학교에서 일이 일어나는 동안 가정에서는 어떻게 지도했을까. 이 아이의 주양육자는 어머님이신데 아이와 유대관계가 굉장히 좋고 가정교육도 열심히 하시며 매우 협조적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아이의 교육에 대해 '집에서 이렇게 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학교에서도 이렇게 하겠다'라고 소통해왔고 그 내용을 집에서도 잘 지켜주셨다. 이번에도 가정에서의 훈육에 매우 힘써주셨는데 어머님도, 아버님도 바지를 벗으면 안 된다, 그러면 친구들과 같이 있을 수 없다, 학교를 못 갈 수도 있다고 아이에게 계속해서 이야기 해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동안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아이와 대화하며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셨다. 이러한 시간을 거치며 아이도 엄마, 아빠의 말을 기억하고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마한테 얘기할거야'라고 하니 '그럼 엄마가 울잖아요'라고 말하던 아이. 나중에 어머님께 여쭤보니 아이에게 말하며 눈물이 나왔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하니 더 잘 가르치고 싶으셨겠지. 마음이 아파도 끝까지 마음을 다잡고 아이를 훈육하는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시큰했다.


아이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다행히 세번째 바지 벗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아이는 매일마다 '약속 잘 지키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자기암시를 하고 자신이 잘 하고 있음을 확인받고자 했다. 통합반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이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우리 반을 지나갈 때는 아이가 있는지 꼭 물으면서 없으면 아쉬워했다. 





자폐아가 바지를 벗는다. 이를 100%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 없다 단정짓기는 어렵. 아이마다 다른 특성과 환경, 학교와 가정에서의 교육 방법과 태도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교육으로 해결되는 상황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학교와 가정에서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긍정적 행동으로의 변화는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 없이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통합교육은 분명 힘들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합쳐져야 한다. 장애학생, 교사, 부모, 친구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야 통합교육의 의미가 빛난다. 희생에 기반한 통합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으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사회적 통합은 서로의 배려와 각자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나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저마다의 노력과 배려로 어우러지는 사회를 만나고 싶다.  




p.s. 만약 바지를 벗는 자폐아를 마주한다면 때도 교육으로 해결할 있을까. 이처럼 모두가 마음으로 노력하는 기회를 경험할 있을까. 그저 운에 맡길 밖에 없는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하면 안 되지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