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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환 Jul 22. 2024

거짓의 프레임

 프리드히 니체의 “사실은 없다. 해석만 있을 뿐이다”라는 철학적 명제를 통해, 사람들은 왜 진실 혹은 거짓을 찾으려는 동기에서, 가짜 정보에 쉽게 선동되는지에 대해  깊이 연구한 책이다. 니체의 관점에 따르면, 우리는 모든 사실을 해석의 산물로 받아들인다.


 진실을 추구하는 데 있어 감정적 동기가 큰 역할을 한다. 불안, 공포, 분노와 같은 감정은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정보에 더 쉽게 동화된다. 예를 들어, SNS에서 유포되는 음모론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쉬운 내용을 담고 있어 빠르게 확산된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려는 경향인 확증 편향도 큰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기존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를 선호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강화하려 한다. 이로 인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더욱 신뢰하게 된다.






 우리는 어렸을 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배운다. 그러나 철학자들이 정치인들과 사기꾼들을 분석한 책들을 보면, 사람들을 선동하는 과정에서 진실과 거짓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우리의 인식 체계가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를 지적하면서, 사람들은 증거보다는 신념에 더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뇌는 시각적 수용으로 정보를 처리할 때마다 감정적, 직관적 반응을 우선시한다. 정보처리 능력과 관련된 간단한 예는 아래와 같다.





"진실 너머에 진실이 있다"


 거짓이 진실보다 강한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함과 매력 때문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말일수록 페이크일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모든 정치인은 부패했다”라는 단순한 문장은 복잡한 정치 시스템을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이 문장은 사람들의 불만과 불신을 간단히 요약하며, 강한 정서적 반응을 유발한다.


 반면, 진실은 대개 복잡하고 증명하기 어렵다. 정치 시스템의 실제 작동 방식과 부패의 정도를 설명하려면 다양한 자료와 사례를 제시해야 하며, 이는 사람들에게 복잡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진실을 증명하는 과정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사람들이 쉽게 진실을 외면하고, 단순한 거짓을 믿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시 니체의 이론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특정 거짓을 믿는다면, 그 거짓은 사회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로 인해 진실은 점차 묻히게 되고, 거짓이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런 음모론을 설계하고 유도하는 과정을 6가지로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는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인이 법원에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판결이 판사의 편향된 판단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판사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거나 "법원이 공정하지 않다"라고 주장함으로써 대중에게 법에 대한 불신을 심어준다. 이는 사람들이 기존 시스템을 믿지 않도록 만드는 효과를 가진다.


 다음 단계는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두려움과 불안을 조성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 판결이 유지된다면 우리 모두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라는 식의 발언은 사람들의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여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감정적 반응은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사람들을 더 쉽게 선동할 수 있게 만든다.


 세 번째 단계는 양극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우리 vs. 그들"의 구도를 만들어 의견의 분열을 조장한다. "우리는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 저들은 부패하고 불공정하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지자들을 극단적인 입장으로 몰아간다. 이는 사회를 더욱 분열시키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진실을 믿게 만든다.


 네 번째 단계는 출처나 인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가짜 뉴스나 음모론을 퍼뜨리는 웹사이트나 인플루언서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전달한다. "저명한 전문가가 말했다"거나 "비밀문서가 유출되었다"라는 식의 주장으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이는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정보를 믿기 시작한다.


 다섯 번째 단계는 기존 사실을 왜곡하여 음모론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이 모든 것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거대한 음모의 일환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이 기존의 사실을 의심하게 만들고, 음모론을 믿도록 조장한다. "모두가 나를 공격하는 것은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논리는 특히 효과적이다.


 마지막 단계는 의도적인 혼란과 분열을 통한 논란 증폭이다. 정치인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트롤링을 통해 논란을 증폭시킨다. 이는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거나,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하여 사람들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 "저 사람들은 바보야"라거나 "우리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통해 논란을 계속해서 키워나간다.



 불신, 감정, 양극화, 사칭, 음모, 트롤링. 이러한 단계들은 특히 SNS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더욱 가속화되며, 사람들의 생각을 왜곡하고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킨다. 


 심지어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서, 그들이 이미 믿고 있는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기보다는, 이미 확립된 신념만을 강화하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팩트체크 자체로도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더라도 때가 늦은 경우가 많다.







정치인과 언론뿐만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이 전문가라며,  “이런 사람을 피해라”, “이 사람을 만나야 한다”, “이런 배우자와 결혼해야 한다” 등등의 메시지가 각종 sns로 퍼지며,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모두 특정한 프레임을 씌우는 과정이다. 이 프레임은 사람들이 자아를 찾고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기준을 왜곡하며, 쉽게 선동하고 조작한다.


프레임의 조작: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라는 사회적 압력은 결혼과 인간관계에 대한 특정한 기준을  자신만의 논리로 프레임을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게 만든다. 이는 관계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개인의 선택권을 축소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미디어와 광고의 역할: 미디어와 광고는 이러한 프레임을 더욱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며, 이는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우리가 쓸데없는 물건을 사는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진정한 자아와 비판적 사고의 필요성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욕망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해석을 창조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더 이상 남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진정한 자유와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더 나은 정보 소비자, 더 나은 시민이 될 수 있다. 


앞으로는 설득하는 시대에서, 설득당하지 않는 시대에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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