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by 우영이

여행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무엇보다도 설렘과 휴식의 여유를 누릴 수 있어 기대된다.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는가가 더욱 흥미를 가져다준다.
일정은 두세 달 전부터 일주일을 기약하고 숙소와 연관된 여행 사항은 주선자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한 직장에서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삼십 년 이상 동고동락한 절친과 동료까지 다섯 명이 길을 나선다. 이웃 나라 일본 중에서도 남쪽이 선택지다. 후쿠오카를 기점으로 몇 군데를 오르내리며 여정을 만끽하리라.
주말이 낀 시간이라 경비를 최소화하려는 짧은 판단에 저녁 배를 이용해서 하관으로 향한다. 밤바다의 풍경은 육지에서 바라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뱃전에 올라 밤 항구를 뒤로하고 색색이 비치는 조명부터 멀리 도심의 타워는 거리를 분간하게 만든다.
수년 만에 이용하는 여객선의 다인실은 생소하다. 1층 편의 시설을 뒤로하고 십여 명이 들어가는 지정 호실에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짐을 풀고 있다. 마주 보는 침상은 오랜만에 접하는 시설물로 적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가방만 내려놓고 일행들은 갑판으로 나와 밤바다를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는다. 코를 맹맹하게 만드는 바람은 몸을 움츠리게 한다. 단체 사진 몇 장에 서둘러 선실로 들어선다. 미리 준비한 음식을 챙겨 휴게실에 자리를 마련한다. 여행의 첫날은 술잔이 가볍다. 일정이 소개되고 밤이 깊어갈수록 엔진 소리는 크게 들린다.
드디어 출항이다. 내만을 벗어나 외항으로 뱃머리가 옮겨질 때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선내는 소등이 되고 캄캄한 바다에서 오로지 움직이는 배 한 척만 작은 파도를 가른다.
해돋이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육지가 드러난다. 붉은빛에 반사되는 공장 굴뚝과 불기운을 뿜어내는 자태가 교차한다. 일제 강점기 부산과 일본의 뱃길을 연결한 부관페리가 이곳이다. 살기 위해 먼 나라를 찾아 나선 길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시모노세키에 발을 디뎌 첫 끼를 해결한다. 아니 맛있는 음식을 접한다. 구글 지도를 보며 길을 걷고 걸어 기억에 오래 남을 카레 맛집이 눈앞에 보인다. 이른 점심시간인지라 자리는 넉넉하다. 몇 안 되는 테이블에 금세 사람들로 채워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즈음에는 만석의 안내판이 내걸린다. 근처 문화시설과 아우르는 한 끼 근사한 음식의 환영을 받는다.
하카타와 구마모토성을 버스와 지하철을 오가며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며 강행이다. 자유 여행의 참맛을 오롯이 느끼는데, 하루 이동 거리는 이만 걸음을 넘긴다.
낮의 일정이 마치는 시각이 재미를 더해준다. 일본의 밤 문화가 궁금해져 숙소를 나선다. 저녁 요기 겸 한 잔 곁들일 수 장소를 물색한다. 먹음직스러운 군만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게로 들어선 순간부터 고개를 좌우로 시선이 멈출 줄 모른다. 주문받는 종업원부터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 방문한 이까지 모조리 외국인이다. 일본인이 보이지 않는다. 동남아와 중동 지역풍의 인물들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도 외국인이 아니면 도시나 농촌 어느 곳에서도 일을 진행할 수 없다. 우리 사회 전반에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삼십 년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현실을 되돌아본다. 갑자기 ‘이럴 수도 있구나’를 연속으로 되뇐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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