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만물을 정성스럽게 토해낸다. 나뭇가지마다 제각기 색깔로 단장한다. 뽀족뽀족한 이파리가 꽃보다 예쁘게 다가온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큰 혜택이 가까이 있다. 봄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이들에게 생동감을 준다.
퇴직 후 일과는 단순하다. 새벽 집 주변 공원 산책으로 시작된다. 가볍게 몇 개의 운동 기구로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돌아오는 길은 아파트 십사 층까지 계단을 훑는다. 가쁜 숨을 내쉬면서 들어서는 현관이 반갑기만 하다. 아내와 함께하는 식사는 둘만의 데이트 시간으로 채워진다.
오전은 최근 발을 들인 파크골프 구장이 놀이터다. 가다듬지 않은 자세로 숫자놀이에 덤벼든다. 동전 내기는 진지한 경기에 요령까지 터득하게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조를 이루어 몇 바퀴 돌다 보면 금세 묵직했던 동전이 사라진다. 구력이 호주머니를 먼지만 남게 했다.
점심은 과일과 발효음식이 위장을 맞이한다. 호기심으로 가입한 독서 토론 모임의 개수가 늘어 의무감으로 읽어야 할 책 권수가 많아졌다. 인문학, 그림, 행복 주머니까지 주제와 구성원과 지역까지 제각기 특성이 있다. 스스로 가진 그릇에 비해 욕심이 과한지 모른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어 앞에 혼란스럽다. 한두 개 정리를 하고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겨울잠에 들어갔던 개구리가 깜짝 놀라 고개를 내민다는 경칩이 지나면서 몸과 마음이 바빠졌다. 인연이 있던 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와 한 주에 이틀 학생들과 만나게 되었다. 전공이 아닌 영역에서 취미 생활로 다져온 고전을 학생들과 다루게 된다. 생물학적인 것보다는 물리적인 잣대 때문에 공식적으로 주어진 마지막 자리일지도 모르겠다.
매주 기대가 자못 크다. 학반마다 풍기는 분위기는 우려 반 기대 반이다. 학생들의 분포는 편차가 가히 감을 잡지 못한다. 최상위부터 바닥까지 진정한 개별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태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정과 시간에 쫓겨 나만의 영혼을 갈아 넣는다.
강의 시간은 자유롭다. 시사용어와 이십사절기가 출발점이다. 스스로 익히고 즐기는 중국어도 한마디 곁들인다. 한문이라는 교과목과 가까이 있다. ‘교학상장’ 가르치는 가운데 서로 배운다는 옛 문구를 실행한다. 현직에 있을 때와 달리 아이들이 귀엽다. 아니 사랑스럽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도전과 희망의 기지개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이들이 자신의 포부를 펼칠 준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묻는 내용이 강의 목차와 관계없이 산으로 가더라도 궁금증을 줄여주는 일이 필요하다. 어쩌면 교과서 보다 더 와닿을 수 있으리라. 도전은 이어진다.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라도 달려가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도전할 때가 아름답다. 도전할 대상이 있고 실천하는 모습이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펼치고 나아가 자기 발전의 계기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건강한 생활 속에 하루하루가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