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너머 산자락에 콘크리트를 비집고 햇살이 내려앉았다. 바다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물거품이 하얗게 산자락으로 밀어간다. 항구에 드나드는 어선은 뱃고동을 울리며 꽁무니에 허연 물살을 남긴다. 푸른 하늘과 바닷물 빛이 짙게 드리운 조용한 겨울 바다를 무참히 짓밟는다.
목요일 아침마다 도시 철도에 몸을 맡겨 시내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간에 쫓겨 평생 교육장 근처 역에 내려 걸음걸이를 재촉하며 발을 내딛는다. 교육장 주차장은 입구부터 자동차들이 늘어서 있다. 빈자리가 없어 정차해 있는데 하릴없이 기다리는 듯하다.
자서전 쓰기 강좌를 2주째 수강하면서 참석자끼리 서로의 관심사를 나눈다. 식품 공학을 전공하였고 세 아이를 키우는 이와 책 쓰기에 관해 정보를 주고받았다. 자신 또한 오랫동안 여러 질병을 겪고 치료를 받아오면서 경험한 내용을 식품학에 근거하여 음식으로 몸을 정상화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믿음이 모자라 선뜻 와닿지 않지만 자신이 암을 완치한 과정을 들려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이야기에 점차 귀를 기울인다. 강좌 쉬는 시간에 차를 같이 마시면서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몸을 회복한 과정에 궁금증을 더해본다.
일이 겹쳐 강좌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단톡 방에 올렸다. 그리고 병원에서 진료받은 내용도 덧붙였다. 곧바로 연락이 왔다. 자신을 믿고 음식으로 처방을 진행해 보라고 한다. 특별한 것은 없다. 내가 치료를 위해 찾는 병원 의사가 권유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토마토를 꾸준히 먹되 좋은 소금을 듬뿍 찍어 먹으란다. 또 콩을 원료로 하는 두부와 된장을 같이 먹기를 권한다. 먹는 물도 예외가 아니다. 1000ml의 물에 좋은 소금 한 스푼을 넣어 나누어 마시면 몸이 점차 나아져 완쾌하게 될 것이란다.
그의 주장이다.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서 토마토와 소금물 두 가지를 지속해서 먹도록 권한다. 한편으로는 의심을 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매일매일 몸으로 옮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실행한 지 며칠 째 되는 날부터 이전과 달리 몸이 반응을 한다. 새벽이 되면 통증으로 자주 잠을 깼다. 통증이 반복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삶에 대한 자존감이 움츠려 들었다.
작은 변화를 느낀다. 그에게 변화된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십 여분 만에 전화 통화가 이루어졌다. 자신이 제시한 방법대로 지속해서 섭취하면 분명히 낫는다며 목소리가 높아진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 가지 성분이라도 많이 넘치거나 모자라면 균형이 무너져 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져 작은 바이러스의 침입에도 견디지 못하고 몸이 빠르게 망가진단다. 질서는 사회 구조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몸도 영양의 균형과 질서가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이다.
점점 나아지는 몸 상태를 지켜보면서 식품 영양학의 힘을 기대해 본다. 글쓰기 강좌에서 우연히 나눈 이야기가 인연을 이어간다. 더 나아가 몸의 상태를 온전하게 되돌리는 첫걸음에 도움을 받는다. 옛말에 돈 자랑하면 도둑 들고 병 자랑하면 약이 온다고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온전하게 몸을 만드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음식의 힘을 바탕으로 나의 몸을 기대어 본다.
새 기운을 얻고 작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작은 온전한 즐거움을 가지게 될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그가 내놓은 방법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