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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tm Jul 10. 2023

Ep03. 찰떡 브랜드 네임을 찾아줘

브랜드 네임을 찾아 떠나는 여행_1편

[여러분, 브랜드 네이밍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브랜드 이름이 브랜드를 정의하는 한 단어이자 고객에게 첫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름을 불러줘야 마침내 꽃이 된다는 말처럼 브랜드도 고객의 마음에 의미 있는 뭔가로 남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찰떡같은 이름이 필요합니다. 


특히 네이밍 전에 ‘우리도 이름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요. 네이밍 전까지 브랜드를 ‘우리 브랜드’라고 지칭하다 보니, 저희 마음 =속에서 조차도 브랜드를 실체화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종종 온틈의 휴식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저희와는 거리가 있는 해외여행, 촌캉스 등으로 이야기가 새기도 했습니다. 


 


[온틈으로 향하는 여정의 서막] 

사실 브랜딩 완전 초기에 이름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 바로 ‘자심(自心)’ 인데요. 휴식의 식(息)이라는 한자를 ‘스스로 자’, ‘마음 심’ 이렇게 둘로 나누어서 만든 이름으로, ‘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회의를 거듭하면서 ‘일상의 작은 휴식’으로 컨셉을 구체화하기도 했고, 자심이라는 단어가 주는 톤이 너무 진지하고,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소한, 일상, 편안한” 이런 이미지를 지향하는 우리 브랜드와는 어울리지 않았고요. 그러다 보니 ‘자심’을 볼 때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ㅠㅠ)  




[네이밍,,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그렇게 저희의 첫 이름이었던 ‘자심’을 뒤로하고, 팀 전체가 다 같이 네이밍을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단계인 만큼 디자이너든 기획자든 직무와 관계없이 다 같이 하기로 했거든요. 


대부분 브랜드 네이밍이 처음인지라 브랜드 네이밍부터 공부했습니다. 책,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네이밍 기법을 배웠고, 하나하나 직접 적용하며 차근차근 네이밍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저희의 첫 제품인 ‘디퓨저’ 하면 떠오르는 ‘향’과 ‘휴식’을 키워드로 네이밍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어쩐지 프래그런스 브랜드 같은 느낌이 강하게 났고, 향 제품이 아닌 일상용품을 팔면 어색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네이밍이라는 바다에서 유영 중] 

그때 네이밍 방향성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휴식’이라는 키워드에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브랜드의 컨셉인 ‘일상 속 휴식’을 담아낼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휴식과 관련된 고대어, 외국어, 설화, 신화 등을 활용한 합성어나 단어, 휴식에서 연상되는 감정이나 사물,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단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네이밍했습니다. 그렇게 팀 전체가 한 달 정도를 네이밍에 쏟아부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의미 없이 네이밍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매주 피드백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가 네이밍한것 중에서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 이름을 골라내는 작업도 했습니다. 브랜드와 결이 맞는지, 발음이 쉬운지, 너무 은유적인 것은 아닌지,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이 무엇인지, 상표권 등록이 가능한지와 같은 여러 조건을 기준으로 말이죠.



이때 매주 정말 살 떨렸는데요. 초반에 여러 조건에 맞춰 네이밍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상표권 등록이 가능한 이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 ‘휴식’을 다양하게 보는 방법을 몰라서 전형적인 ‘휴식’만 생각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휴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하고, 에세이도 읽어보고, 휴식 관련 속담/명언/위인들의 스토리를 읽어보는 등 ‘휴식’을 다각도로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후반부엔 계속된 네이밍과 회의로 더 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는 점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팀원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재충전 시간을 보내면서 네이밍을 계속했습니다.  




[자, 이제 선택의 시간] 

충분한 네이밍 작업 덕분인지 다음 과정들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정리된 이름 중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 이름을 고르자고 기준을 세우고 내부적으로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투표를 통해 일차적으로 줄인 후보군은 총 5개였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팀원들의 지인에게 설문을 돌렸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는 계속 네이밍만 하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 생각할 수도 있고,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는 외부인(고객)이 보기에 어떤 것이 우리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지 궁금했습니다. 
 
 설문 결과 Teum (틈)이 제일 많은 표를 받았고 다음으로 Calment (카먼트), Neugeut (느긋), Pausee (퍼지), Muyong (무용)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이후엔 큰 표 차이가 없었던 1~3등을 가지고 브랜드 이름을 정하기로 하고 마지막 네이밍 회의를 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수집한 각 이름의 장/단점을 정리했습니다. 


<Calment (카먼트)>
 - 장점: 발음하기 쉬움, 고급스러운 느낌, 브랜드와 잘 어울림
 - 단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보다는 프래그런스나 뷰티 브랜드의 느낌이 강하게 남
 
 <Neugeut (느긋)>
 - 장점: 브랜드와 잘 어울림, 휴식이 직관적으로 느껴짐
 - 단점: 영문 표기 시 읽기 어려워 한 번에 인지가 힘듦, 무인양품 느낌이 남
 
 <Teum (틈)>
 - 장점: 브랜드의 컨셉과 가장 잘 어울림, 읽기 쉬워 다른 것들에 비해 기억하기 쉬움
           마케팅 활용 용이
 - 단점: 다양한 업종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단어, 일반 명사라 검색 광고 시 키워드 선점 불리

보시다시피 우리의 조건에 100% 부합하는 이름은 없어 회의 한 번으로 결정하기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팀원들 전부 각자의 이유로 다른 선택을 했거든요. 


그렇게 회의를 몇 번 더 했습니다만, 여전히 결정 나지 않았죠. 결국엔 네이밍 조건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걸 바탕으로 이름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1. 브랜드의 컨셉과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는지
2.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름과 잘 어울리는지
3. 발음하고 기억하기 쉬운지


이렇게 보면 조건이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지금 나온 이름들이 이미 여러 조건을 거치고 살아남은 것들이었고, 너무 많은 조건은 오히려 결정에 악영향을 미치겠다고 생각해 중요한 조건을 기준으로 세웠습니다. 


조건을 정해 놓은 덕분에 회의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회의 내용이 다른 길로 빠지려 할 때마다 기준을 떠올리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거든요. 그리고 마침내 브랜드 이름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이름은,,]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우리의 이름은 바로! ‘Teum (틈)’이었습니다. 틈으로 결정한 주요 이유는 틈이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일상 속 휴식’을 가장 담아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일상 속 휴식을 시각적으로 ‘틈’에 비유해서 신선하고 잘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발음이 1음절이라 기억하기 쉬웠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틈이 마케팅적으로 풀어가기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00할 틈’ 이런 식으로 광고 메시지를 만들 수도 있고, 로고나 공간에도 재밌게 틈을 시각적으로 녹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요.


느긋도 브랜드를 잘 담긴 했으나 ‘느긋함’은 어떤 휴식을 취하던 다 해당하는 단어여서 우리만의 특별함이 틈보다는 덜 느껴졌습니다. 카먼트도 글자 디자인 자체는 예뻤으나 고요한 느낌이 브랜드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보다는 프래그런스 브랜드 같은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




[여정의 마무리]  

그렇게 ‘틈’을 마지막으로 길고 길었던 우리의 네이밍 여정은 일단락되었습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브랜드 네이밍도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브랜드에 찰떡인 이름을 찾는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녔거든요. 특히 네이밍, 회의, 다시 네이밍을 무한 반복하니 저희 팀 그로기 상태였습니다. (네이밍이라는 바다에 허덕이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힘들었던 만큼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던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같은 주제를 다양하게 바라보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을 직접 배울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브랜드를 부를 단어가 생겨 브랜드가 한층 더 실체화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어로 명확하게 말하니 커뮤니케이션할 때 전보다 더 수월했고요. 특히 계속 부르다 보니 브랜드에 애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부르면 부를수록 브랜드와 찰떡인 느낌이 들어 저희 모두 힘든 만큼 뿌듯했던 과정이었습니다.


 




오늘도 소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드리고,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럼, 언제 어디서나 쉴 틈 있는 하루 보내세요. :) 
안녕!

 - writer Sam




p.s. 그런데 잠깐! ‘브랜드 이름 ontm(온틈)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후후..) 일단 저희 브랜드 이름 ‘ontm(온틈)’ 맞고요. 어떻게 이름이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이야기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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