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햇볕 심리상담치유센터에 처음 오시는 내담자들에게 센터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는지 묻는다.
센터가 주택가와 아파트가 섞여 있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상가가 조금 있지만 번화가가 아니어서 애써 찾아와야 한다.
반응은 다양하다.
찾는데 어려웠다는 사람도 있고 잘 찾아왔다는 사람도 있다.
번화하지 않은 곳에 상담센터가 있어서 대부분은 만족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것에 선입견이 있다.
과거에는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의지가 약하다.”
“미친 사람이 받는 거다.”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 가는 곳.”
이런 시선이 짙었다.
그나마 요즘은 방송에서 심리상담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해서인지 심리상담 인식이 나아졌다.
하지만 심리상담전문가로서 아쉬운 것은 전문적으로 상담을 배우지 않은 정신건강의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등이 조언하듯, 진단하듯 상담을 할 때이다.
물론 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이다.
실제로 위에 언급한 정신건강 의사, 임상심리사는 자격으로 볼 때는 심리상담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담은 이론뿐 아니라 상담 실제가 필수라서 심리역동을 다루는 상담 실제와 수련이 있고 없고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복지사는 사례관리를 위해 상담이론 일부를 배운다.
그러나 사례관리와 심리역동을 다루는 것은 다르다.
사회가 좀 더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고 깊어지면 질적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한다.
심리상담은 심리역동을 다루는 것이라 해결 방법이나 직접적인 조언은 하지 않는다.
전혀 하지 않는다기보다는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과 유교적 전통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방적 질문을 받으면 힘들어하기도 한다.
질문이 너무 방대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상담 적응을 돕기 위해 때로 방법이나 조언을 살짝 곁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나는, 거의 하지 않는다.
나와 상담을 2년 넘게 하고 있는 내담자가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선생님은 조언이나 방법을 한 번도 말하지 않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래서 어떠셨나요?”
나는 내담자에게 대답 대신 질문한다.
내담자는 내가 방법이나 조언을 해주지 않아서 때로 답답했다고 했다.
답답한 이유는 상담사가 방법을 알려주면 내담자 자신이 빨리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한다.
중간을 건너뛰고 답으로 가고 싶어 했다.
모든 어려움에는 정답이 있어서 정답에 도착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우선, 정답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정답을 맞히면 과연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린 내담자들은 정답에 집착한다.
그래야만 고통을 견딜 수 있었던 과거 경험 때문이다.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을 몰라서 고통스러운 거야. 정답만 알면 해결될 거야.’
답이 없는 고통을 겪어 왔고 겪고 있고 겪을 것이라는, 결국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것은 막막하고 절망스럽기 때문이다.
바늘허리에 실 묶어 쓸 수 없다.
작은 바늘구멍에 실을 넣기가 힘들더라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답을 빨리, 답만 알고 싶어 하는 내담자들은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화가 나서 우기는 것이다.
또는 화를 내는 것이 목적이기도 하다.
억울함과 원망을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데 고통이 해결되면 화를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상담 과정은 우왕좌왕 돌아다니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돌 때문에 생기는 마음의 파문이 가라앉는 것을 기다린다.
기다리려면 주위가 고요하고 따뜻할 때 도움이 된다.
고요하면서도 생기가 있고 따뜻하면서도 몽롱하지 않는 환경이란 바로 자연이다.
도심 가운데 있는 심리상담센터가 자연환경이면 참 좋겠다.
하지만 도심에서 나무들과 풀, 꽃들이 있는 상담센터란 쉽지 않다.
내가 바라는 심리상담센터 환경은 실내에 햇볕과 바람이 잘 들고 나무와 흙이 있는 실외 공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센터는 오래된 건물이라서 춥기 때문에 내부 인테리어를 해서 햇볕이 잘 들지 않는다.
코너 건물 2층에 있음에도 사계절이 비슷하다.
나무도 없고 흙도 없다.
그래서 종종 향기 좋은 꽃을 꽂아둔다.
새소리를 대기실 스피커로 튼다.
나뭇잎이 흔들거리며 조용히 강이 흘러가는 영상을 틀어놓는다.
바람이 있다면 나중에는 진짜 바람과 물과 흙과 나무가 있는 곳에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싶다.
어쨌든 우리 “마음햇볕 심리상담치유센터”는 자연 이미지를 연출한 주택가와 아파트 중간에 있다.
방문객은 번화한 거리가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상담센터가 있어서 의외라고 여긴다.
센터 실내로 들어와서는 낡은 외관가 다르게 아기자기하고 따뜻한(자연을 연출하기는 했지만) 분위기에 놀란다.
다행스럽게도 방문객들은 지금의 마음햇볕 분위기를 어느 정도 좋아하는 것 같다.
각자가 원하는 의자에 앉아서 커피나 차, 간식을 먹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한다.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배치되어 있는 다양한 의자에 앉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쉰다.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센터가 방문객들에게 자신만 아는 비밀 아지트가 되기를 바란다.
바쁜 직장, 가정, 학교에서 잠시 빠져나와 숨 돌릴 수 있는 곳이길 바란다.
생활 근거지에 있는 나만의 피신처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