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상당히 예민하고 솔직하다. 내가 진지하게 임하면은 진지한 소리를 내어주고 내가 가볍게 대하면은 가벼운 소리로 응답한다. 때문에 최근 나의 행동은 바이올린에게 있어 최악의 행동이었다. 밴드 공연을 위해서 2달간 바이올린을 한 번도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명을 하자면 정말 밴드에 미쳐있어서 집안일과 모든 일들을 내버려 두고 기타만 연습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밴드 공연이 끝나고 바이올린을 2달 만에 잡고 소리를 내자 마치 바이올린을 잡은 지 150일쯤 됐을 때의 소리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악보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세는 다 엉망이 되어 있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슬픈 결과였다. 어떻게 쌓아 올린 건데 ㅠㅠ.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계속 연습해서 다시 궤도에 올리는 방법 밖에.
원래 한 번 연습을 하면 많이 연습해도 하루에 25회 정도 연주한다. 바이올린이 다른 악기에 비해 많은 스테미너를 사용하기 때문인데. 공연을 마치고 잡은 바이올린은 35번을 연주했다. 뭔가 억울한 마음과 간절한 마음이 적절히 어우러져 계속해서 연습했다. 체력은 부족해서 횟수는 10회 늘었지만 시간은 배로 넘게 걸렸다. 3회 정도 연주를 하면은 10분은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원래의 계획은 약 2달 전에 학원에 복귀를 해서 스즈키 4권을 나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야 3권 5번 곡으로 넘어가고 있다. 여기에 다른 학원을 다닐 예정이라서 시간도 많이 빡빡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더 시간이 안 날 수 있다. 그래도 이상하게 바이올린은 그만둘 수 없다. 아직도 내가 바이올린에 빠져 계속해서 공부하는 이유는 미정이다.
취미로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하면 보통 1년을 배우면 어디 가서 배웠다고 말할 정도가 되긴 한다. 하지만 솔직히 바이올린은 어디 가서 배웠다고 심지어 소리를 내기도 창피할 수준이긴 하다. 아마 클래식 악기라는 특징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괜히 유치원 때부터 공부를 시키는 악기가 아니다. 유치원부터 해도 많은 사람이 포기하는 악기를 취미로 1년 배운 사람이 어디 가서 연주한다는 건 웃기는 일이지 않은가?
아마 남들 앞에서 연주하려면은 적어도 3년은 배워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취미 활동은 혹은 자기 계발은 3년을 하면 어디 가서 특기라고 말할 정도지만 바이 올리은 아마 그 정도가 되려면 적어도 5년은 걸릴 것 같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절대 배워서는 안 되는 악기로 바이올린을 1번으로 꼽는다. 만약 바이올린을 취미로 배울 생각으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반드시 말리고 싶다.
그럼에도 정말 바이올린을 배울 생각이라면 반드시 마음속에 가져야 할 다짐을 알려주겠다. 첫 째 선생님을 맹신해야 한다. 둘째 좋은 가르침보다 중요한 건 한 번 더 연습하는 것이다. 셋째 정성을 다해 연습해야 한다. 바이올린은 너무 예민해서 계이름을 제대로 잡기도 제대로 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때문에 진도가 늦어도 참아야 하고, 연습을 정성껏 해야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히 서술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