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삿포로 여행기
삿포로에 오면 꼭 먹어야할 징기스칸과 생맥주
투어를 끝내고 다시 삿포로로 돌아오니 어느새 해가 져 깜깜해져 있었다. 게다가 낮에 먹은 에비동 이후로 먹은 게 없어 심각하게 굶주린 상태. 그래서인지 누가 먼저 말할 것도 없이 투어 멤버 모두 자연스럽게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배도 고프겠다, 날도 춥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고기 아니겠는가. 삿포로에는 홋카이도식 양고기 구이요리인 징기스칸이 굉장히 유명하다. 마침 다들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여 징기스칸을 먹으러 출발!
우리가 향한 곳은 ‘다루마’라는 가게였다. 삿포로 징기스칸 요리로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지점이 삿포로 시내 안에 여러개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지점 모두 웨이팅이 거의 항상 있다고 하여 걱정하며 도착한 다루마.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늘어서 있는 웨이팅 줄. 좁은 가게 내부는 고소한 고기 냄새로 가득 차 괴로울 지경이었다. 다행히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아 얌전히 대기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대기의자가 식사하는 사람들 등 바로 뒤에 있었는데,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가 쓸데없이 너무 잘 보여서 문제다. 먹고 있는 사람들의 불판을 쓱 살펴보는데 다 먹어가는 사람들이 꽤 보이고 음식도 금방금방 나온다. 좋아 회전율이 꽤 높으니 한 삼십 분만 기다리면 될 거야.
예상대로 약 삼십 분 인고의 시간 끝에 자리 안내를 받았다. 메뉴판을 받고 고민할 틈도 없이 바로 기본 징기스칸과 생맥주를 하나씩 주문했다. 직원이 고기가 나오기 전 먼저 양파와 파를 불판 가장자리에 잔뜩 깔아주고 고기 비계로 불판 위에 슥슥 기름칠을 해주신다. 시원한 생맥주가 그다음으로 나오고, 드디어 징기스칸 등장! 생각보다 적은 양에 조금 실망했지만, 추가주문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문제는 없다. 나는 평소에 양고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양갈비와 양꼬치는 쉽게 먹어봤지만 구이 형태의 양고기는 먹어본 적이 없어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고기를 불판 위에 올리자 바로 지글지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익어간다.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이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다. 괜히 빈 속에 차가운 맥주만 마셔본다. 다들 갑자기 말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마침내 익은 고기를 후후 식혀 한입에 넣었다. 양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이 담백한 맛에, 충분한 기름기가 있어 고소한 맛도 난다. 양고기라고 말하지 않으면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고급 부위라고 생각이 들 정도다. 거기에 함께 먹는 바싹 구운 파, 양파는 달달한 맛까지 즐길 수 있는 단연 최고의 조합이다.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은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매콤하고 알싸한 맛이 더해져 전혀 느끼하지 않고 무한대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 평소에 맥주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건 느낌이 온다. 징기스칸은 정말 맥주와 함께 먹어야 한다! 고기를 먹고 난 뒤 생맥주를 꿀꺽꿀꺽 마시면 입 안에 기름기는 사라지고 시원한 맛이 맴돈다. 이런 맛에 맥주를 마시는 거구나.
입 안에 뭐라도 넣고 나니 이제야 눈이 좀 뜨이며 얘기할 기분이 나 어느새 투어 멤버들과 함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일본에 여러 번 와봤지만 삿포로는 처음이라는 사람. 아직 대학생이라 지금 방학중이라는 사람. 나와 비슷하게 회사 연차를 내고 왔는데 자꾸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는 사람. 새로운 사람들과 하는 이야기는 궁금증을 잔뜩 유발해 재미가 있다. 하루 종일 추운 바깥에서 투어를 하고 난 뒤 먹는 징기스칸과 처음 만났지만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완벽한 하루 마무리다. 어느새 비어 가는 불판. 그러나 아직 내 위장도 비었다. 결국 한 사람당 3인분씩 먹고서야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