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삿포로 여행기
여기 삿포로 맞는 거지?
눈보라를 뚫고 도착한 호스텔.
나는 집에서도 잘 때 무드등을 꼭 켜고 자는 사람인데, 그 탓에 외국여행을 가 혼자 자는 것은 내게 더욱 생소하고 무섭게 느껴진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갈 때는 늘 호스텔을 이용하곤 하는데, 이곳은 새로 생긴 호스텔답게 굉장히 깔끔하고 시설이 좋았다. 카운터 직원분도 일본인이지만 영어를 매우 잘하셨고, 가보진 않았지만 지하에는 분위기 좋은 미니펍까지! 유럽에서 하루에 7유로짜리 호스텔에서도 잘 잤던 나에게 이 정도면 아주 최신식 호스텔이다. 내 방은 8인실 여성전용 방이었는데, 이층 침대 각자 자리마다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어 사생활 보호가 되어 좋았다. 특히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화장실. 굉장히 넓고 샤워실도 잘 분리가 되어 있어 더욱 깔끔하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슬프지만 우리 집 화장실보다 50배는 좋은 느낌이다.
기분 좋은 삿포로의 첫날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눈에 푹 절여진 몸을 씻기 위해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는데 음..? 여기에 경로잔치 수건이..? 여기가 삿포로인지 한국 찜질방인지 잠시 혼란이 왔다. 도대체 저 수건은 어디서 흘러들어와 삿포로 신설 호스텔 세면대에 물기 제거용으로 놓여 있는 걸까?
괜히 친근해져 세수하고 주변에 튄 물기를 수건으로 슥슥 닦고 나왔다. 아마 한국 여행자가 들고 왔다가 두고 간 게 아닐까. 낯선 곳에서 연고를 발견하니 처음 온 곳이지만 마치 우리 집처럼 안도감이 들어 피식 실소가 나왔다. 아니, 죽림정사 경로잔치라니. 이거 친근해도 너무 친근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