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바로 정의인 이유

정의란 무엇일까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면 더 복잡한 질문들이 주어집니다.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어느 것이 옳은가요? 각기 다른 정당성을 말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것이 정의다”라고 말하진 못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의를 묻습니다.


왜냐하면 정의란 질문하고 응답하는 동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는다면 정의라는 빛은 필연적으로 그림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바로 정의이며, 정의의 현현인 것입니다.


정의는 ‘있는 것’이 아니라 ‘되어 가는 것’입니다. 정의라는 객관적 독립실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나는 정의롭다"라고 말하는 순간, 정의라는 빛은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냅니다. 정의가 확신되면, 우리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단죄합니다. 이것이 바로 정의라는 빛이 만들어낸 어둠입니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공리, 자유, 미덕이라는 세 기준에서 고찰합니다. 그 세 기준은 결국 ‘정의’가 고정된 진리가 아니라 ‘시대적 요청’에 따라 달라지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즉 정의란 존재하는 독립실체도 아니며 절대개념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정의로운 사회는 우리가 누구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아니라 응답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응답하며 살아가는 삶의 형식 그 자체가 바로 정의일지도 모릅니다.


정의란 ‘있는 것’이 아니라 ‘되어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동참 하는 가운데서만 가능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정의는 개인의 행동보다 관계망의 재조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정의는 혼자서 완성할 수 없습니다. 정의는 타자와 더불어 있을 때 비로소 요청되며, 그 요청에 응답하는 궤적으로 정의에 가깝게 '되어가는 것'입니다. 만약 정의가 '있는 것'이라면 그 정의가 있는 곳은 바로 지옥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의는 정답이 없으므로 정의일 수 있습니다.


정의는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Sisyphus)가 끊임없이 바위를 산 정상으로 굴려 올리는 형벌과도 같습니다. 끊임없이 바위를 굴려 올리는 재시도 속에 생기는 궤적이며, 포기하지 않는 응답의 태도입니다. 정의란 바위를 굴려 올리는 그 행위 자체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인류는 사막을 여행하는 나그네와도 같습니다. 별을 보고 걷지만 결코 별에는 도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실 정의란 우리가 사막에서 보고 걸었던 별이 아니라 그 별을 보고 걸어온 우리의 궤적이 정의일 것입니다.


정리해 봅니다.

정의라는 빛은 그림자를 만듭니다.

그렇기에 정의가 가장 빛나는 곳이 지옥입니다.

그러므로 정의란 무엇인가 질문하지 않는 순간

어둠을 만들어내며 더 이상 정의가 아니게 됩니다.

그러므로 정의란 영원한 질문이어야 합니다.

절대 정답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직 응답하는 것으로

질문으로서만 존재하는 정의를 세상에 현현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정의란 무엇일까요?

정의란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 그 자체이며,

그 질문에도 불구하고 정답이 없는 화두이며,

그래서 오로지 응답하는 것이 정의이며,

오직 응답의 궤적으로 만이 드러나는 것이 정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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