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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트리 쇼퍼 Aug 30. 2023

호주에 온 이후로 달리기 시작했다!

<해외살이, 나에게 맞는 운동 찾기!>

제목 그대로 나는 호주에 와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나는 한국에 살 때는 달리는 것조차 싫어했다. 

사람 마음이 정말 신기한 게 살고 있는 나라가 달라졌다고, 내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 

그렇다고 내가 호주에 대한 환상을 품고 이 나라에 온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한국에 사는 것에 염증을 느꼈고, 언제나 그랬듯 일단 한국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해외에 나오게 된 것이었다. 같은 나라에 살아도 개인적 경험이 다르면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만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호주에서 느끼는 모든 것들이 지금은 새롭다 못해 모든 것이 신선한 호김심으로 느껴진다. 

1년간 영국에 살았을 때도 그랬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나라에 느끼는 감정은 마치, 사람과 감정교류를 하는 것처럼 이 나라에 대한 내 마음도 매 순간 변화한다. 결국에는 그것이 나의 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나의 과거의 경험과 그 나라가 주는 새로운 영감이 부딪혔을 때 새로운 힘이 생기곤 한다.   






한국에서는 달리는 것 말고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매일같이 했다. 우리나라는 요가학원과 필라테스 학원이 정말 잘 되어있다. 나 또한, 요가와 필라테스 강사 생활을 10년 가까이했지만, 배우는 것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운동을 좋아했기 때문도 있었고, 좋은 센터에서 좋은 선생님에게 배우면, 회원님들에게도 좀 더 질 좋은 수업을 선보일 수 있어서 다닌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면, 내 마음이 안정이 된다. 


우리나라는 요가와 필라테스 학원이 왜 이렇게 많을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요가와 필라테스를 좋아하고, 배우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서 회원권의 가격 자체도 많이 내려갔다. 회원들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할 것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나는 호주에 오자마자, 요가와 필라테스 학원을 알아보았다.

일단, 학원 선정 기준은 내가 살고 있는 근처에서 가까워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원 시간이 내가 다닐 수 없는 시간이었다. 

새벽 5시 30분부터 필라테스, 요가 수업이 시작된다. 

나는 그렇게 일찍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저녁 수업은 6시, 7시가 끝이었다. 이것 또한, 일 때문에 다니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이 참 그리웠다. 한국 학원들은 수업이 저녁 9시, 10시까지 하는 센터가 참 많다.

물론, 강사들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다. 왜냐하면 나 또한, 한국에서 그 시간까지 강의를 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일을 끝내고 수업을 들으러 오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늦게까지 운동과 일을 하지 않는다. 저녁 시간의 삶이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회원권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룹 수업 시간도 40분 수업만 하는 곳도 많았다.  

호주는 최저시급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강사비도 높을 수밖에 없고, 회원권도 비쌀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강사 임금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그대로다. 센터 입장에서도 회원권이 싸기 때문에 강사비를 올릴 수 없는 구조다. 나는 호주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어떤 것이 더 좋을까? 

나는 현재는 회원인 입장에서는 한국처럼 운영시간도 길고, 합리적인 가격인 것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호주에서 요가학원, 필라테스 학원을 다니기를 포기했다. 


다음으로 알아본 운동은 헬스였다. 

그냥 운동을 안 하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영국으로 1년간 유학을 하는 동안, 운동을 하지 않고 살면, 

내 몸뚱이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살이 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서 살이 찌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운동을 많이 해서였다. 

나는 정말 대식가다. 사람들이 정말 놀랄 정도로 많이 먹는다. 

그런 거에 비해서 몸이 말랐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만큼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호주에서도 운동을 한 달 정도 하지 않고 있자, 살이 다시 찌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가와 필라테스가 아니라도 헬스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집 주변의 헬스장부터 찾았다. 

다행히 가격은 저렴했다. 

그런데 운영시간이... 저녁 7시면 문을 닫는다. 오픈 시간도 오전 9시다.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헬스장도 포기했다. 



결국, 돌고 돌아 나는 달리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브리즈번강만 나가도 달리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주에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족부전문 의사가 있다.  

그만큼 호주 사람들이 발을 이용한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족부의사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렇다! 

달리기는 무엇보다 돈이 들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매일 5km씩 달린다. 한국에서는 달리는 것조차 싫었던 내가 달리고 있다. 

나는 호주에 와서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있다. 

10년간 하던 일을 뒤로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다. 

내 인생을 살면서, 회사라는 것을 한 번도 다녀보지 않았던 내가, 호주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사람일은 참 모르는 것이다. 

달리면서, 피부가 많이 좋아졌다. 땀을 빼서 그런 걸까? 호주의 공기가 좋아서 그런 걸까?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나는 작년부터 한국에서 정말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평생 피부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오던 내가 주사피부염이라는 몹쓸 피부병에 걸렸다.

치료만 장장 6개월 정확하게 320만 원을 지출했다. 

10번의 레이저 집중치료. 약...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내 몸은 아마도 몇 년 전부터 면역력이 서서히 무너졌을 것이라고 했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지 않던 내가 이제, 술 몇 잔만 마시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자기 전에는 얼굴이 간지러워 미치는 줄 알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왜 이러냐고 걱정 어린 질문에 매일 똑같이 대답할 뿐이었다.  

눈물이 났다. 의사 선생님은 이 병은 쉽게 고칠 수도 없다고 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얼굴은 점점 홍당무처럼 빨갛게 되었다. 

술도 40일 동안 끊어보았다. 소용이 없었다. 

운동만 해도 얼굴이 쉽게 달아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항우울제 약을 먹어보는 것이 어떻게냐는 말을 했다. 

불면증이 심하거나 사람이 예민하면 오히려 그런 약을 써서, 마음을 진정시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싫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나는 주사피부염을 고치지 못하고, 그렇게 호주로 왔다. 

그런데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호주 날씨가 지금은 겨울이라서 많이 건조한 탓인지, 내 얼굴이 빨개지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습한 날씨면 얼굴이 더 가렵고 빨개졌다. 

남편은 오히려 호주의 건조한 날씨 때문에 몸이 가렵고, 피부가 쩍쩍 갈라졌다. 

하지만 나는 정 반대였다. 



몇 주간 일도 구해지지 않고, 집도 구해지지 않아 불안나날을 보내야 했던, 우리는 그런 잡념을 없애버리고자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게 첫 시작이었다. 

웨스트 엔드 쪽에 숙소가 있었던 우리는 브리즈번강으로 달려 나가 뛰곤 했다. 

그때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뛰었다. 땀을 내었다. 

남편이 내 피부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했다. 내 눈으로 봐도 그랬다. 

난 여기 와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오히려 피부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공기 때문이었나? 한국은 미세먼지가 많아서 내 피부가 예민해서 그랬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결국, 답은 찾지 못했다.  


그렇게 집을 구하는 내내, 우리는 여전히 아침마다 달리기를 했다. 

일을 못 구하는 불안감을 어떻게든 떨쳐보려고 달리기를 했고, 

달리기를 할 때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그냥 뛰었다. 


다음날, 다시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참으로 죽을 맛이어도 어쨌든 일어났다. 

그래도 어떻게든 달리기를 끝내고 난 이후에는 알게 모르게 성취감이 있었다. 

호주에 온 몇 달 동안은 성취감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없어, 자존감은 한없이 떨어져 갔다. 

그럼에도 달리기를 통해, 작은 성취감을 얻으며, 우리는 버텨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운동이라 한다면 항상 요가나 필라테스 위주의 운동만 해보았다. 

운동도 도전을 해볼 법한데, 그동안은 다른 도전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새로운 도전은 나에 대해서 알게 해 준다.  


달리기는 나에게 전신근력과 지구력을 선물해 주었다. 

기나긴 인생이라는 여정에 지금처럼 잘 안 되는 일이 있어도 달리기처럼...

어떻게든 뛰고, 나아가다 보면 결국에는 괜찮아질 것이다. 그리고 성취감을 얻을 것이다. 



호주에 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나는 다행히 일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아직 일을 구하지 못해 많이 힘들어한다.   

그래도 우리는 아침마다 함께 달린다. 그게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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