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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백 Mar 05. 2024

돈을 지혜롭게 쓰는 법

평생 모으려고만 했지 잘 쓰려고는 생각 안 해 봤네.

Q1. 돈을 지혜롭게 쓰며 사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나요?


이 질문을 듣자마자 잠시 멍했다. 돈은 쓰지 않고 모으려고만 했지 잘 쓰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의 얼마 있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려 봤다. 돈을 지혜롭게 쓰는 사람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유튜브나 인스타 같은 미디어로 생각을 확장해 봤다. 소위 플렉스라고 말하는 것들은 내 눈에는 다 돈지랄로 보일 뿐이다.


생각이 진척이 되지 않으므로 다른 질문을 던져 봤다.


Q2. 당신에게 만일 여윳돈이 있으면 어디에 쓸 것인가요?


저축을 하고 싶습니다. 혹은 주식을 사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하려고 했다. 삐익! 오답 경고음이 울린다.


돈은 나에게 있어 경원의 대상이었다. 진심으로 갖고 싶지만 닿기 어려운. 그래서 통제를 해야 했다. 작고 귀여운 액수일망정 소중하기에 나를 떠나지 못하게 꼭꼭 붙잡아 두고 싶었다. 오랜 시간 돈에 대해 얽히고설킨 나의 감정이 얹어져 이 질문에도 선뜻 답을 할 수 없었다. 질문을 고쳐 보자.


Q3. 당신에게 반드시 써야 하는 돈이 천만 원 있습니다. 쓰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당신은 어디에 쓸 것인가요?


천만 원. 이 돈을 반드시 써야 한다면... 하고 싶은 것은 많다. 갖고 싶은 것도 많다.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 바람이 커질까 봐 눈을 거둔 것뿐이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40대, 구매력이 차고 넘칠만한 나이. 40대 여성이 소비할 곳은 차고 넘치게 많을 것이다. 공항패션으로 등장한 명품 쇼핑, 탱탱한 피부를 위한 피부과 시술, 아이들과의 해외여행... 또 뭐가 있으려나.



마침 읽고 있는 책에서 실마리를 발견했다. 메가스터디 김성오 부회장이 쓴 '육일약국 갑시다'라는 책이다. 이 분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장사란 이익보다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고 했다. 단순히 직원들의 연봉을 높게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평가와 측정의 영역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감동을 주어야 한다.


일례를 들자면, 직원의 남편이 흘리고 간 지갑에 '당신의 아내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며, 이 점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쪽지와 함께 십만 원 권 수표(20년 전에는 매우 큰돈!)를 한 장 넣어 돌려준다. 직원과 우연히 함께 들른 쇼핑몰에서 직원의 아내를 위한 선물을 골라서 보낸다. 회사를 위해 애써 온 남편 몫까지 집안일을 돌보았을 아내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회삿돈이 아닌 본인의 사비로 지출한다.


돈이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냐는 다소 고루한 질문에 나는 거리낌 없이 YES!라고 대답할 것이다. 포인트는 감동이다. 돈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돈에 담을 수 있어야 감동을 주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예전에 TV프로그램에 한 유명 연예인이 나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돈을 쓰면서 친구들을 곁에 두고 있던 와중 내 카드로 술을 사 먹으며 내 욕을 하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참 안쓰럽다고 느꼈었는데 곁에 사람을 두기 위해 쓰는 돈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었을까 생각해 보니 씁쓸하기까지 하다.


어른의 소비란 이런 것이 아닐까.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아이를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 데리고 가면 아직도 현금을 들고 다니는 옛날 분들은 떡하니 만 원짜리 한 장을 아이에게 내민다. 그 손이 꽤 부담스러워 굳이 아이를 인사시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뭐 어떠랴. 그 분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인 것을. 나도 반드시 써야 하는 천만 원이 생긴다면 나만의 펀드를 조성해 '당신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 '당신 덕분에' '당신을 위해서'라는 마음을 표현할 때마다 아낌없이 쓰고 싶다. 투자를 잘해서 불리면서 한다면 더 금상첨화겠지? 삐익!(또다시 울리는 경고음)


덧. 날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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