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도는 오후부터 준비한 도미찜과 요리들을 식탁 가득 내주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저녁 손님들이 두어 테이블 들어온 뒤라 같이 하자는 말도 못 하고 우리는 술잔부터 채웠다. 1년 만의 순천행이었고 진우형과도 1년 만이라 수다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화장실 가는 길에 있는 수족관의 참돔을 바라보았다.
꺼내주면 퍼덕일 힘이라도 있을까?
퍼덕거릴 이유도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어두워지는 주방 안쪽 창가에 문도가 서 있다. 마침 비추는 노을을 받아서 붉은 옆얼굴이 살짝 보인다. 노을을 내다보는지, 산을 넘는 구름을 바라보는지 뒤통수 표정으로는 구분할 수 없었다.
(궁중요리전문가 그리고........)
며칠씩 식당 문을 닫고 행방불명됐다가 다시 연다는 진우형의 말 때문에
참돔이 갇힌 수족관의 크기와
문도가 갇힌 주방의 크기를 잠시 비교해 보았지만,
그 크기는 마음의 크기라서 비교할 수 없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화장실 뒤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오다가 주방 문을 여니
커다란 칼로 무를 다듬고 있었다.
"손님들도 그만한 것 같으니 같이 한 잔 하자"
"네"
"그런데 그렇게 큰 칼로 무를 다듬냐?"
"마늘도 이걸로 다듬는데요"
"너도 좀 다듬지 그러냐?"
"........ 허어, 형님도"
집 평수를 늘리며 마음이 가는 길은 점점 줄이며 살았다. 어느 순간 둘러보니 마음은 동굴 속에 있었다.
문병 간 친구는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심지어 이젠 먹고 싶은 것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