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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복 Jul 22. 2023

낯선 새에게 길을 묻다

낯선 새에게 길을 묻다


서울로, 서울로
상행선은 모두 막혔다
국도로 나온 게 잘못인가
오랫동안 꼼짝 안 한다

갑자기 앞쪽 차들이 움직였다
중앙선을 넘어가 앞쪽에서 좌회전한다
내 앞차까지 따라가자 나도 움직였다
무슨 마을이라고 쓴 이정표를 지난다

앞차들이 없어졌다
길가의 어느 집 앞에 멈춰 있다
그냥 지나쳐 한참을 더 가다가
모퉁이를 돌자 길이 갈라진다

어느 쪽이 서울 쪽인지
가늠 안 되는 길 한가운데
낯선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망초꽃 흥건한 길가에 차를 세운다
차창을 열고 시동을 끈다
새는 한번 돌아봤을 뿐,
한낮의 아스팔트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갑자기 주머니 속에 넣어진 길
길 위에서 길을 잃었다
가지 않으면 오지 않는 것이 길이지만
뒤돌아가는 길은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

첫 아이 출산 소식을 듣고 달리던 길과
위독하시다는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던 길이 같았다
길은 늘 같은 표정이지만
길 끝에 부푼 기대 하나 세워두면 새로운 길이 된다

이런 길은 몇 개의 농로를 업고 있다
그 농로 끝엔 또 다른 길이 얹혀 있기도 하다
나는 기다린다 저 새는 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더라도 오늘 한 번쯤
새가 가는 곳에서 내 길을 찾기로 한다

새가 날아오른다
나는 시동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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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의 상행선과
의 상행선은 닮았다.
막힌다.


뒤도 옆도 보지 않고 오로지 안 보이는 앞의 앞을  보려는 조급한 시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좁아져 마음까지 막아버린다.
그 막힌 마음 풀어 보려고 길 아닌 곳에서 길을 찾기도 한다.

내비게이션 없는 차와

초행길인 삶은 너무 닮아서 

망설임이 가로놓인 중요한 선택 앞에선 잠시 멈추어, 지나는 구름이나 새에게라도 길을 묻기도 한다.

책임지지 않을 것들에게 길을 묻는 것은 내게 책임을 남기기 위함이다.


길이든 삶이든 어디부터 잘못 들어 선 걸까? 후회가  때, 내가 게 핑계는 댈 수 없으니 잘한 결정이었다고 다시 한번 힘을 내기 위하여.......


그리하여,
길 없는 삶의 숲에 우연히 지름길의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지나온 곳은 누군가가 뒤따르는 새로운 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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