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재복 Oct 21. 2023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또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공장 뒤뜰 감나무는 올해도 더 많은 열매를 매단 가지들로 마당을 쓸고 있는데, 저는 올해도 속 비어서 우는 갈대줄기처럼 얻은 것이 없네요.

마음마저 몸을 떠났는지 바람이 없어도 몸속에서 바람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소나무처럼 잘 버티던 한쪽 끝에 단풍이 들어버렸네요. 병원에 다니지만, 마른 잎으로 변할 거라고 의사는 고개를 젓습니다.

낚시 간 민박집에서 나이 들어서 변한 것들로 이야기를 채우려면 친구들은 밤을 새워도 모자랄 만큼 이야기가 많습니다.


골다공증이 아니라 마음다골증 약이 없는지, 골 메워준다는 찰밥처럼 마음 메꾸어줄 것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래서 깊어지는 가을을 따라내려 가며 단풍구경을 하기도 하지요.

새끼새떼처럼 조잘거리며 단풍숲을 돌아 나오면

황달이 없는데 얼굴이 노랗게 되고

술 안 마셨는데 눈이 빨갛게 되고

마음이 온통 울긋불긋 변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람은 단풍 들지 않습니다.

누구나 내년에 심을 오래된 씨앗 한 개쯤 마음속에 가지고 있으니까요.

여태껏 싹 틔우는데 실패했는데.

내년엔  싹이 피겠지요?


또 내가 나를 속이 겨울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