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또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공장 뒤뜰 감나무는 올해도 더 많은 열매를 매단 가지들로 마당을 쓸고 있는데, 저는 올해도 속 비어서 우는 갈대줄기처럼 얻은 것이 없네요.
마음마저 몸을 떠났는지 바람이 없어도 몸속에서 바람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소나무처럼 잘 버티던 한쪽 끝에 단풍이 들어버렸다네요. 병원에 다니지만, 마른 잎으로 변할 거라고 의사는 고개를 젓습니다.
낚시 간 민박집에서 나이 들어서 변한 것들로 이야기를 채우려면 친구들은 밤을 새워도 모자랄 만큼 이야기가 많습니다.
골다공증이 아니라 마음다골증 약이 없는지, 골 메워준다는 찰밥처럼 마음 메꾸어줄 것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래서 깊어지는 가을을 따라내려 가며 단풍구경을 하기도 하지요.
새끼새떼처럼 조잘거리며 단풍숲을 돌아 나오면
황달이 없는데 얼굴이 노랗게 되고
술 안 마셨는데 눈이 빨갛게 되고
마음이 온통 울긋불긋 변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람은 단풍 들지 않습니다.
누구나 내년에 심을 오래된 씨앗 한 개쯤 마음속에 가지고 있으니까요.
여태껏 싹 틔우는데 실패했는데.
내년엔 혹 싹이 피겠지요?
또 내가 나를 속이며 겨울로 들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