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담당자에게 누워서 떡 먹여주기
자, 이제 나의 경험과 역량, 성장 잠재력을 응축해 이력서를 써보자.
이력서 포맷은 서치펌에서 제공하는 포맷도 좋고,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는 양식을 가져다 써도 좋다. 나 같은 경우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포맷에서 여러 유형의 이력서를 살펴보며 나에게 가장 적절한 양식으로 일종의 커스터마이징을 했다. 나에게 맞는 양식이란, 내가 가진 강점과 나만의 경력을 돋보이게 표현할 수 있는 양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업무 외 활동 사항이 화려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항목이 들어간 양식을 써야 할 것이고, 경력이 다소 중구난방이고 긴 사람의 경우에는 반드시 경력 요약 항목을 넣어 어필할 포인트만 간략히 짚고 넘어가는 식이다.
적절한 이력서 양식이 준비되었다면, 다음은 강조하고 싶은 나만의 키워드를 잡아야 한다.
무작정 양식에 경력을 채워 넣는 것부터 시작해서는 안된다. 이력서는 그야말로 나의 경력에 대한 소개를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맨 처음 만나는 얼굴과도 같기 때문에 매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력서 검토를 해본 채용담당자나 보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수많은 이력서를 검토해 면접자를 추리는 것은 매우 귀찮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지원자들의 지난 커리어 히스토리를 하나하나 따져가며 읽을 만한 여유도 시간도 없다. 필요로 하는 이 포지션에 잘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만 퀵하게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려면 '나는 이런 사람이오~'라고 대놓고 떠먹여 주다시피 해야, 검토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명확하고 깔끔하게 작성된 이력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력서를 작성하기 전에는 반드시 나 자신에 대한 숙고와 성찰의 시간을 거쳐 나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키워드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쉽게 말해 나를 설명하는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캐릭터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극적으로 과장된 인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튀는 이력서는 좋을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극불호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력서에서의 '확실한 캐릭터'란 자신의 경력과 강점이 한눈에 파악되는 함축적 명료함을 의미한다. 중구난방으로 키워드가 흩어져 있으면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그러나 대놓고 나는 이런 업무에 강점을 가진 전문가요~라고 어필하면 읽는 사람도 편하고, 지원하는 사람도 의도한 바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가 가진 경력을 잘 정리해 키워드를 신중히 뽑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앞으로 계속 가져가고 싶은 나만의 키워드. 그리고 그 키워드로 점철된 이력서를 만들면 특화된 나만의 경쟁력을 가지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키워드는 확실한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므로 너무 많으면 키워드로서 의미가 없으니 2,3개 정도의 확실한 키워드가 좋다. 이를테면 나는 나는 1)소비재 업종에서 한 우물만 판 2)BTL 전문 마케터로 키워드를 잡을 수 있겠다. 예산 관리 업무를 하면서 회계 지식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내가 회계 담당자 포지션에 지원하는 게 아닌 이상 사족을 달고 싶은 마음을 미련 없이 접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키워드는 나의 경력과 나라는 사람의 업무 역량을 가장 독창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키워드를 캐릭터라고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가 내 키워드와 차이가 있다면 어떨까? 앞서 예시로 든 경우를 이어서 설명하자면, 나는 BTL 마케터로 캐릭터를 잡았지만 지원하는 포지션이 ATL 마케터라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 최종 합격 확률이 매우 낮은, 나에게 적합한 포지션이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러나 만의 하나의 경우로, 내 경력과 직무가 다소 상이해도 합격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나의 경우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아예 없다고 하지는 못한다) 다만 우리는 그런 예외의 상황 말고, 대체적인 경향성을 두고 이야기해야 하므로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팁은 나의 경력이 지원하는 회사의 직무와 다소 차이가 나는 경우 키워드와 JD(직무기술서) 간에 괴리가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그대로 제출하기보다는 해당 회사 직무에 맞게 키워드를 재설정해 이력서를 수정해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지원하는 회사마다 별도의 키워드를 잡아 이력서를 수정하여 제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력서는 취업 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지만, 가장 첫 번째 관문이기도 해서 서류 탈락이 안되면 애초에 다음 단계란 없기 때문에 면접 못지않게 공을 들여야 한다.
물론 경력을 거짓으로 작성할 수는 없으니 나에게 아예 없는 키워드를 뽑아낼 수야 없겠지만, 직무와 관련된 작은 경험이라도 있다면 최대한 끌어내 보자. 이럴수록 키워드가 더욱 중요해진다. '키워드=의도'를 가지고 작성해야 그나마 내가 지원하는 직무에 맞는 것처럼 보이도록 이력서를 쓸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특히 JD(Job Description)에 기재된 워딩을 적절히 활용하여 키워드를 잡는 것이 팁이다.
나만의 키워드를 몇 개 잡았다면, 그 키워드를 녹여서 경력 사항을 작성해야 한다. 앞서 예시로 든 1)소비재 업종에 전문성을 가진 2)BTL 마케터를 키워드를 가지고 경력을 쓴다면, 내가 그동안 했던 업무 중 저 두 가지 키워드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만 가지고 작성을 해야 한다. 정말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가지고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다소 키워드에서 벗어나는 업무라면, 아쉬워도 이력에서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정 경력이 비는 경우에는 도드라지지 않게 살짝 터치만 하고 넘어가는 식으로 축소해서 써야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이 업무도 하고 저 업무도 한 만능 인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은가요? 그 말도 맞다. 경력직들은 누구나 알겠지만, 경력직 이직은 내가 얼마나 잘났냐 못났냐의 문제로 합불이 결정되고 석차가 매겨지는 수능 같은 시험이 아니다. 내가 다른 게 다 못났어도 채용사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역량 한 가지를 가지고 있으면 합격할 수도 있는 것이 경력직 이직이다. 반대로 말하면, A부터 Y까지 모든 업무에 역량이 있는 사람이라도 채용사에서 원하는 업무 경력이 하필 내게 없는 Z였다면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A부터 Z까지 다 해봤다고 쓰는 게 안전하지 않나요?라는 질문도 있을 수 있겠다. 뭐라도 하나 얻어걸리라는 의도로 말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채용의 세계는 정말 수백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영역이니 말이다. 누군가는 A부터 Z까지 나열한 끝에 하나 걸리는 Z업무로 합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Z라는 업무 역량을 뾰족하게 요구하는 회사라면, A~Z라는 업무 중에 하나로 Z 업무를 끄적여 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 정도의 인력은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Z만 주구장창 파 온 전문가를 원한다. 회사가 여러 리스크와 비용을 감수하며 외부에서 사람을 뽑는 이유는 해당 분야에서 특출 난 경력을 가진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건 성장 잠재력을 보고 사람을 뽑는 신입사원이 아니라 바로 필드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이건 예전에 참석한 취업 특강에서 들었던 팁이다. 주변에 있는 친구나, 형제, 부모님께라도 이력서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으라는 것이다. 물론 내 경력을 잘 이해하고 조언까지 줄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점검은 의미가 있다. 친구에게 내 이력서를 보여주고, 다 읽고 난 뒤 나에 대해 어떤 키워드를 뽑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거다. 친구가 말한 나에 대한 요약이 내가 정한 키워드와 일치한다면 잘 작성된 것이다. 그러나 친구가 '음... 한 마디로 정리하기에는 어려운데..'라고 난색을 표하면 키워드가 잘 녹아들지 못한 이력서인 것이다.
국내 기업에 지원할 때는 보통 증명사진을 첨부할 것을 요구한다. 서비스 직종이 아니더라도 증명사진이 은근히 중요할 때가 있다. 서류 검토자에게 처음으로 보여지는 첫인상이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된 사진은 웬만하면 새로 찍는 것이 좋겠고, 잘생기고 예쁘게 나오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상이 좋아 보이게' 나온 사진이면 좋다. 배경색이 너무 어둡거나 표정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사나운 인상을 주는 정도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정장 차림의 깔끔한 헤어스타일 같은 부분은 뭐, 신입사원이 아니니 긴말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오탈자 점검 확실히 하라. 오탈자 하나로 그 사람의 성실성과 지원 열의를 판단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