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이직은 다다익선? 선택과 집중?

번개가 잦으면 천둥이 친다

by DallE Lee

이직 활동에서도 성격이 나온다.

누군가는 될 곳 안 될 곳 가리지 말고 최대한 회사 풀을 넓혀서 많이 지원하는 것을 선호하고, 어떤 사람은 합격 가능성이 높은 곳을 타겟팅해, 선별적으로 지원한다.


나의 경우에는 후자에 가깝긴 하다.

아무래도 시니어급 경력자이고, 이직의 산전수전을 겪다 보니(?) 될 만한 포지션, 안 될 포지션이 지원 공고부터 판별이 되는 경지에 오르기도 했고,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성격 탓에, 될 만한 곳 위주로 신중하게 지원하는 편이다.


애초에 연봉도 못 맞춰 줄 것 같고(내 추측에 불과하다), 내가 했던 직무랑 다소 차이가 있어서 면접에서 털릴 게 분명하고(이것도 내 추측), 회사의 최근 행보를 보니 딱 봐도 야근이 많을 것 같고(이것 또한 추측) 등등의 이유로 고사한 헤드헌터의 제안이 과장을 보태서 백만 스물한 가지는 된다.


그래도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다 보니, 이 바닥 생리는 조금 알게 되어서, 내 추측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긴 하다. 문제는, '예외'의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전혀 기대를 안 했던 곳인데 막상 회사에 가보고 면접에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내가 몰랐던 장점이 어마어마한 회사를 놓쳤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제는 조금 스탠스를 바꾸어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차피 백수고, 남아도는 것이 시간인데 면접을 기회 삼아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쐬지 싶은 거다.


나는 어릴 적부터 목표가 뚜렷한 아이였다.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늘 커리어적인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직을 결심한 이후에도 늘 이미 정리되어 있는 목표 회사/직무의 Short List를 중심으로 구직을 준비했다. 완벽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물론,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아 생각지도 못한 회사와 직무를 알게 되고, 관심이 생겨 입사한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미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목표 포지션을 위해 이동하는,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을 고수했다.


아마도 이러한 생각이 바뀌게 된 것에는 백수 신분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찬밥 더운밥 가릴 때는 아니지 않아?'라든가, '일단 합격한 뒤에 고민해'라든가 철저한 계획형인 본인에게는 도저히 내키지 않는 조언들이 유난히 마음에 걸리는 요즘이다.


사실 듣고 보면 꽤나 맞는 말이고, 이것저것 고르는 게 신중함이 아니라 철없는 태평함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답은 없겠지만, 다다익선이든, 선택과 집중이든 자신의 상황과 기준에 맞게 선택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어른으로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기꺼이 감당할 용기를 갖는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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