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드디어 면접 보자는 회사가 나타났다. 이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가 가진 강점과 역량을 후회 없이 보여 줄 수 있도록 면접을 준비해 보자.
사실 면접 준비는 지원하려는 회사에 따라 다르고, 지원자의 평소 스타일과 성향 등에 따라 다르므로 '내 방법이 무조건 맞으니 따르시오'는 아니다. 일단 내가 면접을 준비하면서 했던 방법들을 정리하는 의미가 가장 크고, 혹여 여러분이 놓친 방법이 있다면 다음부터는 한 번 활용해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한다.
준비물: 내 이력서, JD(Job Description), 워드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
1. 회사 정보 검색
먼저 지원한 회사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한다.
가장 중요한 건 최신 기사이다. 기사를 보면서 파악해야 할 내용은
1) 최근에 추진/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2) 최근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
3) 대표이사의 경영 방침은 어떤지
최근에 추진/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어야 면접 시에 얼토당토 한 답변을 하지 않고, 회사에 입맛에 쏙 맞는 정답을 말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그동안 아동용품을 주로 취급하던 회사에서 시니어 제품을 신규 출시했다는 기사가 있다고 하자. 면접관으로부터 '앞으로 회사는 어떤 방향으로 라인업을 가져가는 게 좋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동용품에 특화된 강점을 살려, 앞으로도 아동용품에만 특화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면접관 입장에서는 '우리 회사의 방향과 희망 직무가 다를 수 있겠군', 이라고 생각하거나 지원한 회사의 최신 동향조차 모르는 성의 없는 지원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두 번째로 최근에 낸 성과의 경우엔, 회사의 주력 사업을 파악하고,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보도기사까지 낸 성과라면 회사에서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어 하는 회사의 사업 방향과도 일치하는 경우이니, 꼭 알고 있다가 "모모 상품이 최근 시장점유율 1위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모모 상품의 이런저런 장점을 알고 즐겨 사용하던 소비자로서, 마케터의 이러저러한 노력을 통해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은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은근슬쩍 아부 한 스푼에, 회사에 대한 애정도 +1에, 해당 직무에 대한 전문성까지 슬쩍 흘릴 수 있다.
그리고 대표이사의 인터뷰 기사나 유튜브 영상 등이 있다면 꼭 시청하길 바란다. 대표이사의 경영 방침을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힌트가 되기 때문이다. 이건 비단 면접 준비 과정뿐만 아니라 입사한 이후에도 대표이사의 의중을 정확히 알고 업무를 추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PR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는 B2B 중심의 기업이나 작은 규모의 회사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딱히 서치 할 만한 기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는 헤드헌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제안을 준 헤드헌터는 최소 해당 회사의 인사담당자와 직접 컨택을 하는 관계이므로, 회사에 대해 사전에 꼭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면 헤드헌터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정상적인 헤드헌터라면 제안 시부터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기업규모, 최근 매출, 주요 사업, 조직구조 등)를 알려주기 마련이다. 특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면 더욱 그러하다. 헤드헌터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정보로만 만족하지 말고, 내가 면접을 잘 보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헤드헌터에게 요청하자. 본인이 바로 답변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인사담당자를 통해 문의를 해서라도 알려준다. 그걸 거부한다면, 헤드헌터로서 기본적인 자질이 없는 분이다.
2. JD 분석
다음으로 할 것은 Job Description을 다시 분석하는 것이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부터 이미 JD를 잘 분석했겠으나, 면접을 앞두고는 조금 더 신경 써서 볼 필요가 있다. 이왕이면 단어 하나하나까지 허투루 보지 말고 물고 뜯고 씹고 맛보는 걸 권장한다. 잘 쓰인 JD는 '면접 정답서'라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채용을 원하는 부서 입장에서 JD를 써본 적이 있는데, 필요한 직무 역량을 정말 고심해서 압축적으로 정리한 게 바로 JD이다. JD 내용뿐 아니라 행간에서 암시하는 해당 직무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끌어 모은다. 그리고 이 JD에서 가장 강조하는 직무를 뽑아내, 내가 가진 역량/경험과 결합해 답변을 만들면 될 것이다. 그리고 JD에 들어 있는 업무는 나의 모든 경험을 되살려 작은 업무라도 모두 매칭시켜 놓고 준비하자. JD상 요건 1번부터 3번까지는 해본 업무고 4번, 5번은 경험이 없더라도, 하다못해 학생 때 알바 경험이라도 접목해 4, 5번도 해 보았다는 경험을 생각해 놓으면 좋다. 채용은 늘 상대평가이다. 내가 부족한 경력을 가졌어도 당시 지원자 중엔 1등이라면 합격할 수 있겠으나 모든 경험을 가졌더라도 더 엣지 있는 지원자가 있다면 탈락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내가 해당 직무의 최대 적임자임을 어필해야 한다.
3. 이력서 파악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였다. 이제 나를 파악할 순서다. 내가 쓴 이력서지만, 새로운 눈으로 다시 뜯어본다. 내가 가진 경험 중에 위 JD 분석 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항목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사실 이 과정은 지원 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게 맞는데, 미리 해 두었다면 그걸 말로 표현하는 연습만 하면 될 것이고, 지원할 때는 너무 바빠서 미처 그 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면 내 이력서를 객관적으로 보며 JD의 내용과 매칭하고 강조할 부분을 추려내는 목적으로 살펴본다.
이력서는 사실 압축이 핵심이라, 생략된 행간의 내용이 많다. 이력서를 토대로 이력서 내용에 살을 붙인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이력서 상에는 세네 줄로 압축된 내용이지만, 면접을 위해서는 내가 실제 수행했던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전체 과정을 떠올려보자.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내가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면접 단골 질문인 "업무 수행 중 어려웠던 점과, 그 어려움을 해결한 과정을 설명해 보세요"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 될 것이다.
면접 경험이 있는 분이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구체적인 경험으로 파고드는 질문을 받을 때면, 분명히 경험한 내용인데도 기억이 바로바로 나지 않아 마치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람처럼 진땀을 흘리게 된다. 이걸 방지하려면 질문이 예상되는 핵심 수행 업무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세하게 모든 상황을 머릿속으로 곱씹어 보고 면접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
4. 예상질문 뽑고 답변 준비하기
다음으로는 컴퓨터에 앉아 빈 워드 화면을 띄워 놓고 예상 질문을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가보자.
1번은 자기소개가 되면 좋을 것이다. 신입사원 면접뿐 아니라 경력직 면접에서도 "먼저 본인이 했던 업무 위주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가 첫 번째 단골 질문이다. 면접관이 다시 지원자의 이력서를 보면서 리마인드 하는 예열 시간의 이유도 있다. 그러나 지원자 입장에서는 단순 시간 벌기가 아닌, 자신을 임팩트 있게 어필하는 시간으로 자기소개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첫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 해내고 나면 긴장이 풀리고 자신감이 붙어 면접을 조금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니 자기소개는 꼭 준비할 것.
자기소개 말고도 나오는 단골 질문은
-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지
- 왜 이직하려고 하는지
- 수행했던 업무 중에 가장 도전적이었던 업무, 그리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 자신의 업무상 강점과 약점
- 이력서에 기재된 수행 업무를 자세히 설명
이 정도가 있겠고, 기타로 해당 JD와 관련된 수행 업무가 있다면 디테일한 꼬리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말로써 표현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보니, 미리 글로 정리해 준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구체적인 수치 같은 것은 당황하면 기억이 잘 안 날 수 있는데, 미리 준비해 놓는다면 전문성을 어필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한 면접에서 특정 사업과 관련된 수치를 묻는 질문을 받았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 나서 일단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대충 아무 숫자나 둘러대고 진땀을 흘렸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돌아와서 찾아보니 얼추 근접한 수치라 한시름 놓았지만, 만일 내가 그때 "글쎄요, 수치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라고 했다면 얼마나 전문성 없어 보였을까 싶어 아찔하다. 어쩌면 내가 이력서 상에 적은 다른 내용들까지 진실성을 의심받았을지 모른다.
자, 사실 여기까지는 면접준비를 한다면 꼭 해야 하는 기본 중에 왕 기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면접의 퀄리티를 높이는 꿀팁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