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탕"
소리와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달린다. 뒤로 돌아볼 시간조차 없이.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구경할 수도 없이. 누군가 나를 불러도 고개 한번 까딱하지 못하고 반응하지 않은 채 그저 달려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주변의 소리는 모두 소음으로 생각한 채 들을 겨를 없이 지나친다. 숨 가쁘게 달려간 그곳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까. 결과의 쾌락과 순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들이 결등선에서 나를 반기고 있을까. 그것들에 굴복한 채 한 치의 저항없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겠지. 그것이 뭐라고 나를 다 흘리게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