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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 May 30. 2023

/어떤 어른/

: 학창 시절의 나에게 늘 강조했던 어른들의 말











어른들은 그리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진행자는 어린 친구를 붙잡고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10명 중 한 명은 꼭 이런 질문을 한다.


“어른이 되고 싶어요?” 


질문을 들은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른이 되면요. 엄마 허락 없이도 놀 수 있고요.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요.” 때 묻지 않는 순수한 어린이라 “나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눈망울로 당연하다는 듯이. 어린아이라서 가능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어린 시절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난 어떻게 대답할까? 1초의 망설임 없이 "어른 되기 싫어요."라고 대답하겠지? 뻔하다. 어른이 아닌 과거의 '나'와 현재 그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도 어른이 되기 싫은 건 마찬가지니까. 어릴 적부터 옆에서 지켜본 어른들은 야비하게 계산적이었고 낭만이라는 건 없는 치사함과 유치함뿐이었다. "어른이 되면 ~ 해야 한다"라는 말을 늘상 들으며 자랐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어른이 될 때 그때가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된 거라는 뒷받침의 말도 따라다녔다. 그때부터였을까. '어른'과 '책임'을 회피하게 된 게. 그들 덕분에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몸과 마음이 점점 커갈수록 불안했고 초조했다. 나를 향해 강조했던 말들을 지킬 때가, 책임져야 할 때가 다가온 것 같아서. 


그런데 어느새 그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계산적이고 야비하고 뭐 하나 손해보지 않으려고 머리를 구르는 어릴 적 이해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모습이 내가 되었다. 누굴 탓해야 할까 그렇게 만든 사회를 탓해야 할까. 아니면 받아들이는 내 마음을 탓해야 할까. 사실 탓할 대상은 없다.


끊임없이 생각한다. 당당하고 멋진 어른은 어떻게 사는 걸까? 돈이 부유하면 멋진 어른으로 살 수 있을까? 일을 잘하면 당당한 어른으로 살 수 있을까? 어른이 됐지만 멋지고 좋은 어른으로 산다는 거 잘 모르겠다. 어른이라는 건 고난의 연속일 게 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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