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모여 있는 분리수거를 버리로 갔다. 종이들 사이에 섞여있는 우유팩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발길을 잡았다. 손은 팩들을 주워 담다 있었다. 나의 모습을 보고 경비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거 왜 가져가요?”
“이렇게 버리면 재활용이 안 되거든요. 제가 가져다가 잘 씻어서 재활용하는 곳에 가져다주려고요.”
한 보따리 가지고 온 팩들 속에는 잘 찢고, 씻고, 말린 우유팩들이 몇 개 눈에 띄었다. 팩들의 재활용을 위해 귀찮음을 이겨내고 깨끗이 잘 분리까지 했다. 하나 이렇게 종이와 버리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나와 같이 팩을 모으는 통이 없어져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종이와 함께 버렸을 것이다.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경비분께 이야기해서 팩들을 따로 모아주면 가지고 가겠다고 이야기를 할까? 말까? 괜히 일이 너무 많아져서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고민을 하다 일단 해보기로 했다. 시작하고 어려움이 생기면 그때 방법을 찾으면 되니까 말이다.
우선 내가 살고 있는 동 앞에 재활용품을 모으는 경비분께 말씀을 드렸다. 관리사무소에도 연락을 드렸다. 주민들이 모은 재활용품이 아파트의 수입으로 잡히고 있는데 개인이 팩들을 가져가는 게 문제가 될 수 도 있으니 말이다. 전화를 해서 따로 모으지 않는 우유팩의 상황을 말씀을 드리고 경비분이 모아주시면 가져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혹시 업체분이세요”
“아니요 304동에 사는 입주민입니다.”
“우유팩과 멸균팩 일일이 씻고, 찢고, 말리셔야 되는요.”
“네 알고 있어요. 그냥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서 조금이라도 재활용할 수 있게 해 보려고요.”
그렇게 공식적으로 우유팩을 가지고 오게 되었다. 팩들을 모아 처음 가져온 것이 한 보따리였다.
욕조에 다 쏟아부어 놓고 보니 몇 개 주워서 왔던 때와는 스케일이 달랐다. 얼마나 걸릴까? 핸드폰의 스톱워치를 켜고 노래를 틀고 팩 세척을 시작했다.
세척한 팩들이 쌓이는데 어찌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우선 물을 빼기 위해 아이들 장난감 통을 하나 비웠다. 그리고 말리기 위해 놀이할 때 펴주던 김장매트를 펼쳐서 널어놓았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끝이 보였다. 총 1시간 30분이 걸렸다. ‘내가 일주일에 한 번 이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오후에 첫째와 둘째가 팩들을 보고는 무엇인지 물었다. 나중에 본인들도 함께 하고 싶단다. 애들 눈에는 재미있는 놀이였나 보다. 저녁에 퇴근한 아내의 반응은 달랐다.
“여보는 이걸 왜 하는 거예요? 환경을 생각하는 건 알겠는데 아파트에서 나온 것까지 가져다가 할 줄은 몰랐네요.”
나에게 소요되는 시간과 목적, 앞으로 계속할 건지를 묻는다.
나는 답하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것일까?’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팩을 모으는 것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나만의 작은 실천이다. 나를 넘어 누군가도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