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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Nov 09. 2024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는 세상

많은 사람이 비정상적으로 살면 그것이 맞다 싶다.

  수업시간에는 조용히 집중하여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맞다. 그런데 한 교실에서는 대다수의 아이들이 떠들고 있다. 몇 사람이 이야기를 하니, 너도 나도 이야기를 하여 수업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 답답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한탄하며 말한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들은 비정상적인 수업태도가 정상인줄 착각하며 떠들고 있어요. 수업시간에 떠들지 않고 선생님 말에 집중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알고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행동하는 쪽으로 휩쓸여 살아가는 것이다. 길에 쓰레기가 유독 많이 버려져 있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이미 많은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면 나도 별생각 없이 버리게 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 맞으니 '나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는 사람은 양심적이거나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길 가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본다. 그 행동이 위험하고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있지만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화면을 들여다보며 길에서 걷고 있다. 횡단보도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리면서 들여다보던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보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다수의 사람들이 하니까,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출처: 네이버 카페, 대구맘-SINCE 2003

  식당에 가면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은 대부분 아이들 눈앞에 스마트폰이 있다. 아기 때는 그렇게 해서라도 아기를 자리에 앉혀두려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여준다. 집중력이 짧은 아기가 자리를 이탈하려 하거나 소리를 지르면 식사를 할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부모는 밥을 먹고 아기의 밥을 먹인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만화를 보며 식사를 한 아기가 점점 자라서 어린이가 된다. 어느 정도 사리분별이 가능하고, 공공장소 예절도 안다. 하지만 계속 그 어린이는 스마트폰을 보며 밥을 먹는다.


  고깃집에서 가족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거의 비슷하다. 아빠는 고기를 굽고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고기가 다 구워지면 스마트폰을 계속 바라보며 고기를 먹는다. 자기 스스로 먹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엄마가 싸주는 고기쌈을 받아먹으면서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아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 중학생의 자녀들이 그렇게 스마트폰과 함께 밥을 먹고 있다. 이 모습이 정상적인가? 외식을 하며 가족들끼리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상 아닌가?


  너무 많은 테이블의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밥을 먹고 있으니, 그 모습이 비정상적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반대로 자녀들이 스마트폰 없이 밥을 먹는 가정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자녀들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며 외식을 했나? 정말 아기 때는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뽀로로를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은 안 보고 다 같이 대화하며 밥 먹는 것이 맞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변화하는 세상에 못 맞춰가는 비정상인가?


  스마트폰을 자신의 신체 일부인양 항시 손에 들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을 '제7의 장기'라고 부를 정도로 항상 내 몸과 붙어 있다. 깨어 있을 때도 심지어 잠자리에 들 때조차도 항상 자신의 몸 주변에 스마트폰을 두며 생활한다. 예전에 그냥 폴더폰을 쓸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사는 것이 정상일까? 잠시라도 내 몸과 떨어지지 않게 검은색의 납작한 물체를 가까이 두는 것은 비정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아침에 깰 수 있게 알람을 듣기 위해 폰을 머리맡에 둔다고는 하지만, 자기 전까지 폰을 들여다 보고, 자다가도 폰을 들여다보는 삶은 정상인가?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냥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인가?


  며칠 전 '다작이' 작가님이 쓴 '인이어' 관련 글을 잠시 읽어 보았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업무상 절대로 놓치면 안 되는 전화를 받기 위해서 항상 인이어를 귀에 꽂고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는 간다. 자신의 생계와 관련된 일이니까. 하지만 평소 생활할 때 무선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서 사람과 대화할 때도 귀에 꽂고 있는 모습은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을 염두에 두지 않는 무례한 행동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비정상인가?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terms.naver.com

  우리 사회는 징징대거나 진상 짓을 하면 챙겨주는 경향이 있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그 속담이 통하는 세상이다. 학교에서도 민원을 계속 넣고, 진상을 부리면 그 학부모와 학생은 더 신경 쓰고 챙겨준다. 급식소에서 진상을 부리는 학생은 스페셜 간식을 하나 더 챙겨가기도 한다. 통신사에 연락을 해서 불평불만을 하면 하나라도 더 챙겨준다. 통신사를 바꾼다고 하면 더 많은 혜택을 준다. 교양 있고 점잖은 사람은 왠지 손해를 보는 세상이다.


  더욱더 투쟁하고 난리를 부리는 사람은 하나라도 더 챙김을 받고 더 이득을 보는 세상이다. 이런 진상들을 챙겨주는 것은 비정상적인 모습이지 않은가! 말도 안 되는 민원을 넣는 민원인의 말을 다 들어주지 않는 것이 맞고, 진상을 부리는 인원에게 더 많은 규제를 두는 것이 맞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 반대로 하고 있다. 통신사에서도 꾸준히 통신사를 바꾸지 않고 유지하는 고객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더 챙겨주는 것이 맞을 텐데, 난리를 치는 고객을 더 챙겨준다. 이것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는 세상의 한 모습이 아닐까!


  세상이 달라지고 급변함에 따라 절대적인 가치들이 많이 흔들림을 느낀다. 예의, 배려, 존중, 공존 등의 가치들을 우리 삶 주변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예전 조선시대 '삼강오륜'처럼 백성들이 꼭 지켜야 할 것들을 정해 널리 전파하여 그에 맞추어 살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스마트폰 사용 관련 법'을 나 혼자 상상해 본다. '스마트폰은 주류나 담배처럼 성인만 취급 가능하다.', '집에 오면 스마트기기는 한 곳에 모아두어야 한다.', '스마트기기 사용은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사용을 금지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이라도 정해두면 이 비정상적인 삶이 정상으로 돌아올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비정상인가?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며 사는 세상 모습 중에 스마트폰의 비중이 상당히 큼을 느낀다. 아기 때부터 자극적인 영상을 오랜 시간 보고 자란 아이들의 정서가 불안정함은 다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의 스마트폰을 한 손에 항시 휴대하는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내 몸처럼 여긴다. 필자는 또 혼자 상상해 본다. 스마트폰은 외계인이 인류 멸망을 위해 살포시 던진 미끼가 아닐까. 스마트폰과 함께 사는 삶 중 비정상적인 삶을 정상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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