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는 최신가요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최근에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할 때는 곡 선정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나는 곡을 물어서 그중에 괜찮은 곡을 사용하였다. 나의 기준에서 신나는 곡은 더 이상 아이들이 좋아하는 곡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친숙하게 알고 있는 신나는 곡을 틀어주어야 신나게 춤을 춘다. 그 곡 목록을 잘 저장하여 계속 업데이트를 해야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또 색다른 경험을 하였다. 아이들이 춤을 출 수 있게 그들이 아는 신나는 댄스곡을 틀어주니, 한 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곡의 처음부터 말고요. 가운데 클라이맥스 부분을 틀어주세요."
앗! 또 변했구나. 요즘 아이들은 포인트 안무 연습을 짧게 짧게 한다. 곡 전체를 다 듣고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추고 싶은 딱 그 부분만 추고, 다른 곡으로 춤 추기를 원했던 것이다. 혹시나 다음에 행사를 진행할 일이 있으면 곡을 편집해서 준비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육아와 살림, 직장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면 최신가요와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예전 HOT와 젝스키스가 텔레비전에 나왔을 때 부모님이 하시던 반응을 내가 하게 된다.
"쟤들은 누구고? 다들 얼굴이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네."
당시 그런 말을 하던 부모님은 왜 그것도 모르냐면서. 다들 다르게 생겼고, 각자 이름이 있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면서. 말하던 내가 이제 똑같이 그러고 있다. 요즘 나오는 그룹을 보면 다들 비슷하게 생겨서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것 말고도 신경 쓸 일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면서 점점 구세대가 되어간다. 요즘 최신가요를 들을 일이 없다. 간혹 정말 인기가 있는 곡은 자주 귀에 들려온다. 하지만 어느 그룹이 불렀는지, 제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사실 알려고 노력을 안 한다. 알고 싶지도 않다. 타블로의 '오토리버스'라는 곡의 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듣던 것만 듣고 보던 것만 보면 늙은 거야."
정말 그러면서 늙어가는 것 같다. 신곡에 대한 호기심도 없고, 새로 나온 그룹에 대한 흥미도 없다. 익숙한 옛날 노래 듣는 것이 편안해서 계속 그렇게 된다.
작년 담임을 할 때 반장이 되었던 아이의 공약이 아침시간에 신청곡을 받아서 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가 반장이 되어 나는 그 공약을 지켜주었다. 일주일에 세 번, 월, 수, 금, 아침시간에 아이들의 신청곡을 받아서 틀어주었다. 아침독서가 끝나고 1교시 수업 준비를 하는 시각, 8시 55분에서 9시 사이. 그 시간에 신청곡을 들으면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1교시 수업 준비도 했다.
그렇게 신청곡을 받아서 노래를 들려주니, 최신가요를 일부러라도 듣는 기회가 생겼다. 당시 기억에 남는 곡으로는 '르세라핌의 Fire in the belly', '아이유의 드라마'. 이런 곡을 사실 내가 찾아서 들을 일이 없다. 찾아서 들을 시간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신청곡을 받으면서 강제적으로라도 들으니 최신가요 공부가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로 하루를 시작해서 좋고, 나는 최신곡을 공부해서 좋았다.
지금은 체육전담이지만, 나중에 고학년 담임을 맡으면 이 방법을 또 적용해 볼 생각이다.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신세대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 그러면 정말 신세대의 노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어느 그룹의 멤버가 누구인지 세부적으로는 몰라도, 어떤 그룹이 부른 무슨 곡인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초등교사의 음악적 소양이 아닐까 싶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서 반강제적으로라도 들어서 신세대의 곡과 친숙해야 한다.
그렇게 일주일에 세 번씩 듣는 최신곡들이 나의 재산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레크리에이션을 할 때 어떤 곡들로 구성을 할지 안 물어봐도 될 것이고, 학예회나 행사 때 적절한 곡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고인 귀는 계속 옛날 노래만 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정말 구세대, 정말 꼰대가 되지 않을까? 고학년을 맡은 담임은 최신가요를 반강제적으로 공부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