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서띵나라 Oct 28. 2024

제 6화 밥이 싫어요...

아주 세심한 밥상 차리는 법


요양원의 식사는 아침 7시 30분 점심 11시 30분

저녁 5시이다. 하루에 3번의 식사를 준비하는 우리는 새벽 5시 50분쯤 출근하여 그날 온 식자재를 박스를 뜯고 정리한다.

 쌀. 야채. 고기. 김치등을 배분하여 각자의 구역에 놓아준다.

 조리 전 야채를 손질하고 쌀을 씻어 밥을 한다.

나는 김치를 담고 (김치 종류가 무려 5가지)

조리사님 해주는 그날의 반찬을 두 가지를 담는다. 메인 요리는 고기나 생선이다.

100여분의 식사를 어르신들의 상태에 따라

당뇨식. 일반식. 주식. 간죽 식으로 나뉜다.

각 층별로 밥차에 쟁반을 넣어놓고 이름표를 봐가면서 반찬과 밥이나 죽을 상 차린다.

그렇게 하루에 3번의 식사를 해드리면 일과가

끝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뿔싸 밥을 드려야 하는 어르신께 죽을 드리고 죽을 드시는 어르신께

밥을 드렸다. 밥을 드셔야 하는 어르신은 악명 높은 어르신이다.

 소리소리 지르시며 "밥 한 년 오라고 해!!!"라고

난동을 부리셔서 내가 올라갔다.

할머니는 이미 식판을 바닥에 엎으셨고

새로 가져간 밥상을 엎으시려고 나랑 실랑이 중이셨다. 요양보호사들은 여러 명이 달래고 사정해도 안 되는 상황이라 나보고 해결하라고 하는 눈치였다. 나는 무조건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빌며 손을 꼭 잡고 사정했다.

 어르신은 밥 안 먹는다고 소리소리 지르셨고 옆에 계신 어르신들은 또 난리 치네라는 표정으로 쳐다만 보았다.

 그렇게 사정사정하고 진이 다 빠져 내려가려는데

옆에 계신 어르신이 내 손에 쪽지 하나를 쥐어 주신다...

 ' 먼저대로 흰 죽과 김치물만 주세요.

밥이 싫어요'......


 나는 숨이 멎었다.

누구는 밥과 죽이 바뀌었다고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데 이분은 어쩜 그렇게 존귀하게 표현하실까... 어쩜..


 나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그날 그 어르신 덕분에 나의 힘든 하루가 손바닥 뒤집듯이 겸허해졌다.


 그런 곳이었다.

인생을 치열하게 살고 남은 껍데기만을 부둥켜안고 사는 삶이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시간 맞춰 먹어대는 삶.

나는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접했다.

하지만 자꾸만 사라져 가는 이름표에 견디기 힘든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작가의 이전글 제 5화 한강에 빠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