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의 새들
르완다에서의 아침은 알람 소리가 아니라
새 지저귀는 소리로 시작된다.
이곳의 새들은 새벽 4시면 부지런히 하루를 연다.
아침이라는 단어가 조금 민망할 만큼 빠른 시작이다.
처음 이곳에서 맞이했던 새벽,
잠결에 나는 집 안에 새가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소리가 매우 가깝게, 생생하게 들렸다.
방충망도 허술한 거실 창문을 열고 잔 나를 원망하며 방문을 열었다 새가 날아들면 어떻게 할지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부엌 발코니에 새가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참새보다 조금 큰, 우리나라 까마귀의 축소판 같은 놈이다.
검은 털은 윤기가 돌고
뾰족한 부리는 제법 길고 단단해 보였다.
귀여운 외모지만 절대 가까이할 일은 없다.
귀엽다고 다 믿어선 안 된다.
출근길에는 더 강력한 친구들을 만났다.
고등학생 시절 길가의 비둘기 무리를 피해 돌아가느라
지각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던 나다.
'르완다는 길가에 새가 별로 없구나'라고 안심하던 순간, 지붕 위의 두 마리를 마주쳤다.
한강에서나 볼 법한 황새 같은 새들.
다행히 멀찍이서 마주쳤지만,
가까이에서 마주했다면 꽤 위협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진만 얼른 찍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그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해서는 안된다.
아직 르완다의 새들과 친해지진 못했다.
하지만 나는 제법 용감하게 발코니에서 시간을 보낸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마을 풍경은 참 그림 같다.
그림 같다는 말은 참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말이 아니면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어떤 필터나 후보정도 필요 없는 장면들.
빛 때문일까.
이곳의 해는 조금 다른가보다.
어떻게 찍어도 그림 같은 사진을 선물해준다.
아직도 이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낯설다.
하지만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리라는 걸
어렴풋이 깨닫는다.